21일 방송될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정호근이 무명 시절 단역밖에 맡지 못했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주연 무대를 맡겨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선배 이송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그려진다.
1983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남다른 연기 실력으로 촉망받으며 학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정호근. 20살 때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운지 7개월 만에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데뷔, 배우 천호진·견미리 등이 포함된 17기 동기 중에서도 1등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할 것이란 주위의 기대와 달리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조촐한 단역만 맡았던 서러운 무명 시절을 떠올린다. 불안정한 미래와 무명의 설움으로 상심할 때마다 그의 곁에서 “때를 기다리면 넌 꼭 대성할 것"이라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이송이다.
중앙대 선배인 이송은 까칠했던 정호근을 채근하며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배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더군다나 정호근이 1986년 군 제대 후 역할이 들어오지 않아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괴로워할 때 그에게 유일하게 손 내밀어 주었던 사람 또한 이송이다. 1986년 '안티고네'라는 연극 무대의 연출을 맡았던 이송은 정호근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겼다. 당시 정호근이 맡았던 '안티고네'의 주인공 크레온은 그의 37년 연기 인생 중 처음이자 마지막 주연이었다. 정호근은 이점으로부터 생긴 이송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정호근은 25년 전 연락이 끊긴 뒤 지금까지 이송을 찾을 수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을 전한다.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기를 이어받아 어릴 적부터 신기를 느꼈던 정호근은 신내림을 거부하면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잘 풀리지 않는 연기자 생활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정호근은 29살 때부터 부업으로 식당을 운영했으나 폐업하기 일쑤였고 1995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째 딸을 얻었지만 미숙아였던 탓에 27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 네 아이를 더 낳았으나 2004년 태어난 막내아들까지 3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을 벗어나면 자신을 옥죄어왔던 불행이 끝날까 하는 간절한 마음에 가족들을 미국에 보낸 후 16년간 기러기아빠 생활을 이어왔던 정호근이지만 신병으로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게 됐고 아이들에게까지 이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 버티고 버티며 거부하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토로한다. 자식에게 대물림되지 않길 바라며 모든 짐을 짊어지겠단 마음으로 2014년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됐다는 설명이다.
무속인에 대한 편견과 종교적 견해차로 인간관계가 틀어졌다. 평소 호형호제했던 지인들의 연락이 끊겼고 그간 이어온 인연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지만 이송을 보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용기를 낸 정호근이 이송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