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치솟는 수치에, 다른 한 쪽은 뚝뚝 떨어지는 수치에 매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는 사실상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 봐도 무방하다. 전통적 비수기에 들이닥친 재난은 특별한 해결책 없이 정통으로 버텨내야만 하는 숙제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 하루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7만6277명. 전날 7만7071명에 비해 더욱 떨어진 수치를 나타냈다.
일일 관객수가 8만 명 아래로 떨어진건 지난 2004년 5월 31일 6만6973명 이후 약 16년 만이다. 또한 통합전산망 기준 2005년 이후 꾸준히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던 2월은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미만 관객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25일까지 2월 누적관객수는 688만8230명이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 1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2만1206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2월 초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와 수상으로 오스카 효과를 보려 했던 외화들 역시 올해는 반짝 승부수도 띄우지 못했다.
특히 현재 박스오피스 1, 2, 3위에 올라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1917', '정직한 후보'는 각 장르를 대표하는 영화들로 시사회와 개봉 직후 관객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아 현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더욱 높인다. 이토록 가혹한 운명도 없다.
좌석판매율은 처참함 그 자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들은 평균 3.5%의 좌석판매율을 보이고 있고, 좌석 점유율 역시 3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텅 빈 극장에서 영화 혼자 돌아가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전기값과 조명값이 아까울 지경이다.
단순 비수기를 넘어 극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각 극장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상영 회차를 줄이고 직원들의 근무 일 수를 조정하는 등 최대한 피해를 적게 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2월을 넘어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이미 10여 편이 넘는 영화들이 개봉일을 연기했고, 극장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모조리 취소했다. 관객은 물론 영화인들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
관계자는 "지금으로썬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되길 바라는 수 밖에는 없다.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3월 초까지는 허리띠를 조를 수 있을 때까지 졸라매고 늦어도 3월 중순에는 안정화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봉을 미룬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젠 '스크린에 걸리기만 하면 좋겠다' '어느 영화가 잘 되든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위기가 지나가면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