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은 고려하지 않은 '그들만의 잔치'로 스스로 전락시켰다. 수상 결과가 각 영화제와 시상식의 고유 권한이라 한다면, 그에 대한 반응과 평가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몫이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살 플레옐 극장에서 개최된 제45회 세자르영화제(Cesar Awards)와 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감독상 수상 결과가 일부 영화팬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는 유럽영화제에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도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세자르영화제 감독상은 '나는 고발한다(J'accuse·영문 '장교와 스파이(An Officer and a Spy)')'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받았고,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은 '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이 차지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소아성애자로, 홍상수 감독은 현재 진행형 불륜으로 불쾌한 사생활이 알려진 인물들. "작품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선택된 이들은 수상을 하고도 축하받지 못하는 냉담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감독상을 비롯해 각색상, 의상상까지 최종 3관왕에 오른 '나는 고발한다(장교와 스파이)'는 19세기 말 프랑스군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뤼피스가 독일 스파이란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뤼피스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세자르상 12개 부문 후보 지명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지독한 사생활 때문이다.
'소아성애자'라 지탄받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미국에서 13살 소녀를 강간한 의혹을 포함해 여러차례 아동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제명 당한 후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상황. 세자르상 후보 지명 후 각종 단체들은 항의 시위를 감행했고, 비난과 개혁 요구에 직면한 세자르상 위원회 전원이 책임을 지고 총 사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일찌감치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시상식 전 프랭크 리에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상을 주면 상징적으로 안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자르상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트로피를 안기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셀린 샴마 감독과 아델 아에넬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현장에서 즉시 퇴장, 반발의 뜻을 내비쳤다.
홍상수 감독의 행보는 이변없이, 예외없이 국내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김민희와의 불륜 인정 후 해외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라 꼽히는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음에도 '낭보'라 표현하기 찝찝한 것이 사실. 국내 영화팬들은 물론 네티즌들은 '어쩌라고' '안물안궁' '제발 홍상수·김민희 뉴스 좀 눈에 안 보였으면' '돌아오지마'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베를린에서 커플 행각을 펼쳤고, 개인 필모그래피는 흡족하게 채워졌을지언정 고국에서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을 결과다. '도망친 여자'는 올 봄 국내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 '기생충'처럼 해외 영화제 수상 효과를 국내로 이끌어 들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들은 누적관객수 1만 명 조차 채우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세자르에 이어 베를린까지 사생활 문제가 있는 감독들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유럽 영화제에 대한 반감이 급부상했다. 과거에는 해외 영화제라 하면 무조건 대단한 것처럼 보였지만 역사에 의한 브랜드값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을 많은 영화팬들이 직시하고 있다"며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