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된 3월을 맞아 재계 총수들의 사내이사 등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법적 책임과 연봉 공개 부담 등으로 사내이사를 맡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 동시에 책임 경영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주목되는 총수는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사내이사는 아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8년 오너가 총수 중에서도 ‘연봉킹’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약 160억원을 받았다. CJ와 CJ제일제당, CJ ENM으로부터 각각 71억8000만원, 64억9000만원, 23억2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받은 약 96억원(현대차 55억원, 현대모비스 41억원)보다 64억원가량 많은 액수다.
이 회장은 CJ그룹 내 등기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없음에도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지난 2016년부터 CJ그룹 내 어떤 계열사의 등기이사직도 맡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8월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만 해도 CJ와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6곳의 등기이사로 일했다. 2015년 징역 2년 6개월 실형 선고를 받았고, 2016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CJ그룹은 현재까지 두 사람의 공동 회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공동 회장 체제이긴 하지만 CJ그룹의 총수는 이 회장이다. 그는 2017년 경영 복귀 이후 CJ그룹의 인수합병 및 신사업 진출, 구조조정 등을 진두지휘하며 실질적 오너경영자로서 행보를 보이고 있다.
〈YONHAP PHOTO-4378〉 인사말하는 손경식 경총 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발전 자문위원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4 hama@yna.co.kr/2019-12-04 11:38:17/〈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이 회장은 등기이사에서는 빠져 있고, 대신 손 회장과 박근희 CJ 부회장, 김홍기 CJ 총괄부사장 3명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보수도 공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주주들은 주주총회 등에서 사내이사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책임 경영을 위해 오너가의 사내이사 등재를 권고하고 있다. 또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내이사 등재 여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 회장으로서는 등기이사 등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현재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벌이고 있다. 횡령·배임죄로 옥살이까지 한 입장이어서 등기이사가 돼서 또 다시 개인 소송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난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1600억 원대의 세금 소송 2심에서 1심의 판결과 달리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2심 판결이 1심보다 꼭 나은 게 아니다. 결국 CJ 주식에 대한 ‘명의 합의 신탁’ 여부가 쟁점인데 1심과 2심 재판부가 다르게 해석했지만, 대법원에서는 어떤 법리 대결이 펼쳐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CJ그룹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주주총회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자투표 등 고려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정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재현 회장의 등기이사 등재에 대해서 아직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