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이 1도 없다"는 평을 받았던 안정환 감독의 어쩌다FC가 창단 8개월 만에 첫 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JTBC '뭉쳐야 찬다' 첫 방송 이후 이들의 목표는 오로지 '1승'이었다. 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고 드디어 그 꿈을 현실화시켰다. 사이판 전지훈련 후 첫 공식경기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전과 달라진 경기력으로 2020년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감을 높였다.
'축알못' 오합지졸→조직력 갖춘 팀으로
'뭉쳐야 뜬다' 원년 멤버인 김용만·김성주·안정환·정형돈이 다시금 뭉쳐 스포츠 대가(씨름 전설 이만기·농구 대통령 허재·야구 전설 양준혁·마라톤 전설 이봉주·사격 전설 진종오·체조 전설 여홍철·테니스 전설 이형택·격투기 선수 김동현·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모태범·배구선수 김요한·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수영선수 박태환)들과 조기 축구팀을 결성했다. 그 팀이 바로 어쩌다FC다.
창단식 후 몸풀기에 들어갔을 때 초등학교 수준조차 되지 않는 축구 실력을 자랑했다. 새벽녁FC에 11대 0으로 크게 패했다. 역대 최연소 축구팀인 신정초FC에겐 12대 2로 패해 굴욕을 당했다.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각자 따로 움직였고 체력이 부족해 풀타임을 뛰기도 벅찼다. 축구 상식 역시 없었다. 허재는 미드필더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부족한 축구 상식으로 안정환의 뒷목을 잡게 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했다. 안정환 감독의 혹독한 훈련으로 어쩌다FC가 조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물론 말처럼 빨리 성장하지는 않았다. 나이가 있다 보니 성장 속도가 좀 더디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축구선수 출신 기용 없이 정공법으로 갔다. 이형택과 여홍철이 든든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구멍이었던 허재가 골 배급력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갖춘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혹한기 훈련으로 채운 '겨울나기' 성공적
겨울이 다가오자 대책이 필요했다. 어쩌다FC는 추워진 날씨 탓에 경기도 파주 캠프를 떠나 혹한기 훈련을 소화하며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렸다. 첫 원정 경기로 육군 백골부대를 택했다. 기초 군장을 메고 체력적인 부분을 보강하며 영하 20도 한파에서 험난한 경기를 치르며 투지를 불태웠다. 다음은 제주도에서의 혹한기 훈련이었다. 피날레는 사이판 전지훈련이었다. 합숙하며 단합력을 키웠다. 여기에 비디오 분석, 전술 훈련이 추가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갖춘 어쩌다FC로 거듭났다.
훈련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은평초등학교 동문회 축구단과의 17번째 공식전에서 어쩌다FC는 3대 1로 승리했다. 잘 짜인 조직력·강력한 체력·정확도 높은 패스·빠른 공수 교대까지 한 뼘 더 자란 모습을 직접 확인케 했다. 마지막까지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힘입어 1승의 영광을 누렸다.
"1승은 1차 목표, 추후 대회 출전 계획"
'뭉쳐야 찬다' 성치경 CP는 "1승까지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렸다. 다들 기뻐했는데 다음에 또 해야 할 것이 있고 최종 목표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요즘 다들 정말 열심히 한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 다들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원팀 느낌이 더욱 살아나 녹화가 없을 때도 안정환 감독과 전설들이 모여 훈련한다. 의욕이 넘친다"고 전했다.
사실 작년 말쯤에 1승을 할 줄 알았다는 성 CP. "경기력도 올라오고 상대 팀과 엎치락 뒤치락을 몇 번 해서 하겠거니 했는데 잘하다가도 마지막을 못 버티고 무너지더라. 이전엔 체력이 되지 않아 기본적인 훈련 위주로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이 점을 전지훈련 때 보강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으로 합숙하면서 팀워크를 다졌고 비디오 분석이나 전술훈련에 집중했다. 이 부분에 대한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점에 대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졌다. 허재나 양준혁 같은 경우 사실 5분도 제대로 못 뛰고 그랬는데 풀타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허재는 농구 가드 출신이라 골을 보는 시야가 넓다. 그 능력이 축구에 접목되며 빨리 (실력이) 늘더라"고 꼽았다.
어쩌다FC는 '다음'을 향해 간다. "조기 축구팀이 다 똑같은 실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팀들을 만나 실력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실력을 쌓아 기량을 키우며 작은 대회부터 나가볼 생각이다. 물론 (대회 출전은) 지금 당장의 얘기가 아니다.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웃음) 리벤지 매치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쩌다FC가 1승을 하긴 했지만 과거 11대 0, 12대 2로 대패했던 팀과 만나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 궁금하다. 그날까지 실력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