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가 4일 만에 사내이사 후보를 변경했다. 이례적인 조치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했다가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변경했다. 조 부사장의 자필서명까지 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가 사장으로 교체된 셈이다. 가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2곳의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심복인 가 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에 가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가 사장이 사내이사가 되면 대우조선해양 합병 마무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의 본심사가 시작됐다. 심사 지연 전망이 우세했던 일본에서 본심사가 진행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최근 심사에 돌입했다. EU 반독점위원회는 지난해 '양사의 합병은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 20%' 상회로 선박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EU의 승인 여부가 합병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심사대상국 6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카자흐스탄만 승인 결정을 내렸다. EU·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에서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현대중공업지주 이사회는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후보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 사장은 정 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왔다. 또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 멘토’이기도 하다. 가 사장과 정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선후배 관계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흑자전환을 견인하는 등 정 부사장이 그룹 입지를 다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정 부사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가 사장이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를 본격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