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3일 펼쳐진 2020 ACL 조별리그 G조 조호르 다룰 탁짐과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사진=ACL 홈페이지 수원 삼성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아시아 정상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 도전한 수원이 시작부터 2연패를 당했다. 수원은 3일 말레이시아의 술탄 이브라힘 라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CL 조별리그 G조 조호르 다룰 탁짐과 원정 경기에서 1-2로 졌다. 지난달 19일 열린 빗셀 고베(일본)와 1차전 0-1 패배에 이어 2연패.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승점 0·골 득실 0)보다 낮은 G조 최하위(승점 0·골득실 -2)다. 이대로는 ACL 우승은커녕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첫 승'을 노리고 야심차게 원정길에 올랐던 수원 선수단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였다. 1차전에서 패배를 안긴 고베의 경우 세계적인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벨기에 국가대표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 등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함부르크SV 시절 손흥민의 스승이기도 했던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J리그에서 성적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팀이지만, 화려한 선수진을 바탕으로 최근 컵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고베전 패배가 '석패'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러나 조호르전 패배는 다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동남아 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크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선제골을 내준 뒤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다 다시 결승골을 내주는 등 끌려가는 양상이 계속됐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즌 첫 경기였던 고베전 이후 보름 가까이 쉬면서 경기 감각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했다. 여기에 이동에만 거의 하루 가까이 걸릴 정도로 원정길이 힘들었고, 현지에서 유행 중인 뎅기열에 무더위와 습도까지 선수들을 괴롭혔다. 후반 들어 선수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3일 조호르와의 경기 마치고 기자회견 하는 이임생 감독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 경기력이었다. 경기 후 이임생 감독은 "두 골 모두 페널티킥과 세트플레이에서 내준 부분이 가장 아쉽다. 우리가 보다 집중력을 가져야 했다"며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환경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다. 낯선 악조건에서 분전한 선수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결과는 내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수원이 아시아클럽대항전에서 동남아 팀에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명한 건 1·2차전 두 경기에서 보여준 수원의 모습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FA컵 우승으로 ACL 출전권을 거머쥔 뒤에도 수원은 겨울 이적시장을 조용하게 보냈다. 캐나다 국가대표 수비수 헨리와 보스니아 리그 득점왕 출신 크르피치가 수원 유니폼을 입었지만 눈에 띄는 영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기존 선수단에서 이적과 군 입대로 전력이 이탈하면서 전체적인 무게감은 더 떨어졌다.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나 1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염기훈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2연패로 힘든 상황에 처한 수원이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선 남은 4경기에서 반전을 노려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강호 광저우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원정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고베는 둘째치고 당장 다음달 8일 안방에서 치르게 될 조호르와 '리턴 매치'도 승리를 다짐하기 힘들어졌다. 조호르전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 희망을 이어가야 하지만 지금 경기력으론 쉽지 않다는 평가다.
조금 다른 얘기긴 하지만, 수원 삼성의 마스코트 '아길레온'은 치열했던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서 1만 7576표를 얻어 올 시즌 반장에 선출됐다. 1위 유력 후보였던 대구 FC의 신생 마스코트 '리카'(1만 6068표)를 약 1500여 표 차이로 따돌린 아길레온의 저력은 우리 마스코트 '기'를 살려주겠다는 수원 팬들의 '팬심'이었다. 인원과 충성도 모두 뛰어난 수원 팬들의 노력 덕분에 투표 기간 내내 리카와 엎치락 뒤치락하며 1위를 두고 경쟁한 아길레온은 비공개 투표로 전환한 사흘 동안 무서운 뒷심을 뽐내며 1위를 차지했다. 부진의 시간을 함께 겪으면서도 두텁게 팀을 떠받치고 있는 수원 팬들의 열정은 자타공인 리그 정상급이다. 이처럼 열정적인 팬들에게 수원은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 물론, 답은 이미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