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동인구는 급감했고, 매출은 뚝 떨어졌다. 여행제한으로 '큰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했고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때보다 타격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CNN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최대의 중국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뉴욕 차이나타운의 현황을 전했다. 뉴욕에서는 지난 1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6일까지 뉴욕주에선 4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CNN에 따르면 뉴욕 차이나타운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확산 중일 때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시작한 질병이라는 이유로 중국 식당·상점은 기피 대상이 됐고, 차이나타운이 제일 바쁠 때인 춘제 전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CNN에 따르면 뉴욕의 택시기사들이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승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민원이 접수될 지경에 이르렀다.
상권이 입은 타격은 심각하다. 차이나타운의 사업주들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가 유행했을 때보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2001년 9·11 테러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차이나타운 파트너십 지역개발공사(CPLDC)의 웰링턴 첸 사무총장은 "9·11 테러 땐 사람들이 외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극복 의지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공포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차이나타운 업소의 매출이 최소 30%에서 80%까지 줄었다고 추산했다.
퀸즈 플러싱 지역의 '중국인 경제인 협회'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 중순까지 매출의 약 40%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뉴욕시 중소기업지원국 그레그 비숍 국장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3개월에서 5개월간지속하면 직원 일부를 해고해야만 하는 사업장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13일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상인을 위로하고 소비를 독려하기 위해 직접 차이나타운의 한 식당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지역주민 여러분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그의 발언이 무색해졌다.
드블라지오 시장이 방문했던 식당 '로얄 퀸'의 사장인 코니 장은 CNN에 "6일 근무하던 직원들이 이제 3~4일 근무하고 있다"며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우려했다. 그는 1월 이후 매출이 70~80% 감소했다며 해고를 막기 위해 자신의 급여를 대폭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차이나타운의 침체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숍 국장은 "레스토랑 매출 하락은 식자재 공급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 악화에 따라 미국 정부를 향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미국 전역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에 대한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터 투 플러싱 중국 비즈니스 협회 이사는 "지역의 아시아계 주민들과 대중은 무엇을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시민은 CDC 말을 믿을 것"이라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