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를 새 무기로 장착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4경기 연속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며 선발진 진입의 청신호를 켰다.
김광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홈런 군단' 미네소타와 가진 시범경기에서 3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총 46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예정된 투구 수를 채운 뒤 4회부터 마운드를 넘겼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김광현은 이날까지 시범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로 평균자책점(ERA)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총 8이닝을 던져 피안타 5개, 탈삼진은 11개나 뽑아냈다.
김광현은 3회 1사 후 알렉스 아빌라, 힐베르토 셀레스티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이후 외야 뜬공과 내야 땅볼로 실점 없이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앞선 경기에서 보여줬듯, 득점권 위기에서 실점 없이 침착하게 던진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미네소타의 거포를 상대로 위력투를 펼쳤다. 이날 김광현이 상대한 미세소타 타자 중 9번 셀리스티노를 제외한 8명이 지난해 빅리그에서 생산한 홈런만 무려 226개였다.
김광현의 커브는 '새로운 무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주로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 유형에 가까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 김광현은 커브를 꽤 자주 던진다. 김광현은 1회 맥스 케플러에게 초구 직구를 던진 뒤, 2구째 커브를 택했다. 3구째 빠른 공을 던져 스탠딩 삼진을 끌어냈다. 2번 타자 조시 도널드슨에게는 초구 커브를 던졌고 역시나 3구 삼진(헛스윙)을 만들어냈다. 3번 호르헤 폴랑코는 3구째 느린 커브를 던져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선 150km 직구와 140km 슬라이더 등 빠른 계열에, 스피드 차를 이용한 120km 커브까지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니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지난해부터 미국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커브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김광현이 KBO리그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던 커브와 주 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을 잘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광현은 스플리터 연마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김광현은 매우 강하고 훌륭한 투수"라며 "어느 환경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팀 내 선발 경쟁에서 입지를 굳혀가며 5선발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비록 시범경기나 무실점 행진 중이고, 무엇보다 총 24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는 동안 탈삼진 11개를 기록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첫 시범경기에서 사타구니 부상으로 잠시 쉬었던 시간을 제외하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