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무대에서 함께 승리를 결정짓고 기쁨을 나누고 싶다. 한국 야구 역사에 남는 배터리도 겨냥한다.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30)과 우완 투수 이영하(23)의 각오다.
두산이 2019시즌에 통합 우승을 해낸 이유는 두 가지 변수가 상수가 됐기 때문이다. 박세혁은 종전 주전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며 생긴 안방 전력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이영하는 17승을 거뒀다. 두산이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국내 선발진을 구축하는데 중심이 됐다. 새 얼굴들이 주전 포수와 토종 에이스로 안착하며 내실이 더 탄탄한 팀이 됐다.
두 선수는 시즌 종료 뒤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비며 값진 경험을 했다. 견문은 넓어졌고, 목표는 높아졌다. 2020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서도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두산의 통합 우승 2연패에 박세혁, 이영하 배터리는 키플레이어다. 서로 끌어주고 미는 사이. 시즌2는 더 좋은 호흡을 예고한다. 둘의 인터뷰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귀국 전 진행된 내용이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포부를 확인했다.
- 2월 24일 오릭스전에서 2020년 첫 실전 호흡을 맞췄다. 박세혁(이하 박)=오랜만이었지만 (이)영하는 지난해부터 가장 많은 공을 받았고,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특별한 소회는 없었다. 그저 리드와 경기에 집중했다. 이영하(이하 이)=같은 생각이다. 캠프에서 첫 실전 등판에 나선 터라 점검에 집중했다. 이전보다 주변의 기대감이 커졌다는 생각은 들었다.
- 2019시즌 통합 우승 주역이다. 2020시즌도 두 선수 모두 키플레이어로 평가된다. 박=선발이 안정된 팀이 강하더라. 외인 듀오와 유희관, 이용찬 선배 모두 잘 던질 것이다. (이)영하가 잘 해주면 통합 우승에 다가설 것이다. 나는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해야 한다. '작년만큼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답보할 것이다. 이=항상 더 좋은 투수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4, 5선발일 때는 2, 3선발을 노리고, 올라가면 언젠가는 에이스를 목표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양현종, 김광현 선배처럼 외인 투수가 있어도 1선발을 굳게 지키는 투수가 되고 싶다. 2020시즌은 상대 팀의 분석이 강화됐을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더 잘 해내야 한다.
- 스프링캠프 총평을 한다면. 박=2019시즌을 치르며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타격, 수비 모두 그랬다. 외인 투수 2명이 교체됐다. 알아가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젊은 투수와 새 외인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고민한 시간이다." 이=페이스는 천천히 끌어올렸다. 지난해 좋았던 감각이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진 구종이 있어 고무적이다. 재미있게 했다. 아내가 '다치지 말아라'고 당부했는데 건강히 마무리해서 기쁘다.
- 지난 시즌,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배가 후배에게 한 조언이 대표적이다. 이=내가 워낙 급격히 감정이 고조되는 편이다. 조금만 신나도 그런다. (박)세혁이 형이 그래서 '들뜨지만 않으면 잘 던질 것이다'고 말해준 것 같다. 박=한 시즌 동안 호흡을 맞추다 보니 그런 면이 보이더라. 텐션이 조금만 올라도 바로 들뜨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젊은 선수에겐 강점이다. 얘기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노파심에서 전한 말이다. 평정심을 유지하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그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던지게 된다.
- 이영하 선수가 2019시즌 첫 승을 거둔 4월 3일 KT전에서는 박 선수가 결승타를 쳤다. 이=6월 19일 NC전에서도 (박)세혁이 형이 폭투가 될 공 3개를 잡아준 덕분에 9승을 거뒀다.
- 선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7년 차가 난다. 선물까지 드리는 건 건방을 떠는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지 않을까.
- 가장 인상이 남는 경기가 있다면. 박=8월 30일 KT 원정이다. 바로 전 상대전에서 매우 부진했다. 안 좋은 기억이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마지막 108구째까지 힘을 짜냈고, 삼진 처리를 하더라. 승리투수도 됐다. 그 경기 덕분에 (이)영하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던 것 같다. (이영하는 6월 1일 KT전에서 15피안타 13실점을 했다. 8월 30일 경기에서는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나는 9월19일 SK전 완투승이다. (박)세혁이 형이 선발은 아니었지만, 끝은 함께 마무리했다. 박=교체 출전한 경기를 포함하면 나도 그 경기를 꼽겠다. 더블헤더 2차전이었는데, (이)영하가 잘 해주면서 두 경기를 모두 잡았고 1위로 정규시즌을 마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 좋은 배터리의 조건은 무엇일까. 박=포수의 헌신이 필요하다. 마누라로 불리지 않는가. 엄마 역할이다. 투수를 알고, 이해하려고 해야한다. 심신이 안 좋을 때도 다가서야 한다. 꼭 위로는 아니어도 된다.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한다. 투수가 이런 노력을 잘 이해하면 좋은 배터리가 된다. 성적도 중요하다. 좋은 호흡은 적은 실점, 퀄리티스타트라는 결과가 말해주기도 한다. 이=나는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박)세혁이 형은 투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한다. 나도 던지고 싶은 구종이 있지만 98%는 사인대로 던진다. 중요한 건 그렇게 공부를 하는 포수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포수의 리드도 빛날 수 있다."
- 김태형 감독이 좋은 포수는 투수의 심리적 버릇까지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더라. 박=심리적인 부분은 흔들릴 때 조언을 하는 정도다. 물론 (이)영하도 사인과 다른 위치에 공을 던질 때도 있다. 그러나 한 경기, 야구의 일부분이다. 이영하라는 투수의 강점은 심리적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구위라고 생각한다. 가진 능력이 너무 좋다."
-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도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보여준 이영하의 투구를 극찬했다. 이=정말 감사드린다. 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나설 때보다 힘이 더 쓰게 되더라. 소속팀에서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서 셋업맨에 연결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했다. 구원투수로 나선 대표팀 경기에서는 '내가 여기서 딱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크더라."
- 양의지 포수도 박세혁 선수가 차세대 국가대표 안방마님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박=(한동안 놀란 표정을 짓더니)나는 이제 풀타임 주전을 한 시즌 했다. (양)의지형은 타격왕이자 리그 최고 포수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배운 것을 토대로 지난 시즌을 치렀다. 기를 살려주고 독려하려고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내가 (양)의지형을 잘 따라가야 한다는 각오는 크다."
- 두 선수에게 태극마크란. 박=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은퇴할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최고의 선수들과 한 팀으로 뛰고 오니 더 크고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라. 더 잘하고 싶다." 이="'내가 또다시 대표팀 경기에서 리드를 잡고 있을 때 등판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대표팀 합류 전에 여러 선배가 '씩씩하게 던지고 오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새기고 마운드에 나섰다. 기회가 오면 그저 씩씩하게 던지려고 노력하겠다."
- 다수 투수가 가장 큰 덕목으로 이닝 소화를 꼽는다. 이영하 선수의 목표도 같은가 이=당연히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지난 시즌 초반에 승수 추가 페이스가 너무 좋다 보니, 여름에 돌입한 뒤 긴장감이 풀어졌다. 2주 동안 헤맸다. 교훈을 얻었다. 등판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고,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닝도 늘어날 것이다. 선발투수가 경기 후반에도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얘기는 승리에 다가섰다는 의미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 박세혁 선수는 베테랑 정상호 포수의 두산 합류가 반갑겠다. 박=당연하다. 훈련, 시합하면서 보고 배웠다. 질문도 많이 했다. 지난 시즌에 배영수 코치님이 계신 덕분에 젊은 투수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포수로서 감사했다. 정상호 선배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실 것이다."
- 지난해 두 선수가 종료 순간 마운드에서 악수한 순간은 두 번뿐이다. 다음은 어떤 무대이길 바라는가. 박=(이)영하가 선발투수지만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기왕이면 한국시리즈에서 영하가 완투나 완봉을 해서 두산이 이기고, 마운드 위에서 악수를 나누고 싶다. 몇 차전이든 상관없다. 스태미나가 좋은 투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이=마찬가지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함께 기뻐하고 싶다."
- OB를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는 배터리가 있다면. 박=더스틴 니퍼트와 양의지 배터리다. 레전드인 선동열, 장채근 감독님도 계시고 박경완, 김원형 코치님도 계신다. 그러나 내가 옆에서 지켜본 배터리가 가장 강한 인상은 남겼다." 이=꼽기 어렵다. 그저 (박)세혁이 형과 그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 이제 두 번째 시즌을 맞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함께 갈 수 있다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