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펼쳐진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시드니FC와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둔 전북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리그) 7회 우승, FA컵 3회 우승, K리그 통산 최다 연속 경기 무패(33경기),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2회 우승.
K리그 1강을 넘어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욕에 가득 찬 전북 현대의 화려한 역사다. 이 중 대부분의 기록을 2009년 이후 작성했을 정도로, 전북은 최근 10년 넘는 시간 동안 K리그의 독보적 1강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사령탑이 바뀌면서 지난 시즌, 목표로 했던 트레블(리그·ACL·FA컵 동시 우승)을 놓치고 K리그1 우승컵도 퍽 아슬아슬하게 가져오긴 했지만 어쨌든 전북은 자타공인 K리그를 대표하는 최강팀이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북의 자존심은 올 시즌, 2020 ACL 무대에서 2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면서 너무 일찍 무너졌다. 전북은 지난달 홈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2020 ACL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1-2로 패한 데 이어 4일 호주 시드니의 주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 시드니 FC(호주)와 경기에서도 2-2로 비겼다. 2경기 1무1패(승점1). 시드니에 골드실에 앞서 순위는 2위지만, 1위 요코하마가 파죽의 2연승을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아시아 팀들이 기피하는 1순위 호주 원정에서 승점 1점을 가져온 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은 결과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개막이 늦춰지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지장이 있었던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용도 결과도, 전북 입장에선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날 전북이 상대한 시드니는 H조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었다. 1차전에서 시드니가 요코하마에 0-4로 완패를 당한 만큼, 전북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킥오프 이후 전개된 양상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어떤 전술을 보여주고 싶은지 이해하기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은 팀 전술이 아닌 개인적인 움직임만으로 경기를 풀어갔다"며 "확실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가 기대했던 전북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고 경기를 돌이켰다.
전북은 1, 2차전을 치르면서 공수 양면에서 불안한 모습이 드러났다. 공격에선 위협적인 장면이 잘 나오지 않았고, 결정력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적한 로페즈(30)와 군 입대한 권경원(28) 문선민(28) 등 떠난 선수들의 공백이 생각보다 컸다. 겨울 이적시장 동안 김보경(31) 쿠니모토(23) 벨트비크(29) 무릴로(26) 등을 영입하고 홍정호(31)를 완전 이적시키는 등 '폭풍영입'은 여전했으나 앞서 치른 두 경기에선 아직 100% 안정감을 갖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2선 공격진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게 해줄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가 뼈아팠다. 2차전의 경우 이수빈(20) 혼자 고군분투했으나 신형민(34)이나 최영준(29)이 있었다면 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갔을 지도 모른다. 1, 2선 공격진 그리고 수비진의 무게감에 비해 포지션 불균형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김환 위원은 "이수빈은 좋은 자원이지만 혼자서 두는 게 아니라 옆에서 수비적으로 받쳐줄 선수가 필요하다. 전북에는 그러한 유형의 선수가 부족하다"며 "이수빈에게 수비 부담을 줄여줘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FC와 경기 중 핸드볼 반칙으로 퇴장 선언을 받은 최보경. 한국프로축구연맹 무엇보다 뼈아픈 건 1차전에서 손준호(28)와 이용(34)이 연달아 퇴장당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퇴장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최보경(32)이 상대 슈팅을 무리하게 막으려다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까지 당했다. 경기 결과를 바꿔 놓은 건 물론이고 불필요한 전력 누수까지 생겼다. 여기에 김진수(28)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전북은 언제나 초반 몇 경기 부진하다가도 금세 상승가도를 타는 팀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K리그 개막이 미뤄진 채 ACL만 소화하고 있는 지금, 전북이 앞서 2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 어느 시즌보다 무기력했다. 올 시즌 최우선 목표를 ACL 우승으로 잡은 팀이 조별리그 2경기 연속 무승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는 건 명백한 '경고음'이다. 심지어 H조에 속한 중국의 강호 상하이 상강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휴식기 동안, 조세 모라이스(55) 감독이 무기력과 불안을 어떻게 지워낼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