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 리그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전마저 4월 중으로 잠정 연기돼 선수단 운영이 기형적으로 바뀌었다. 직격탄을 맞은 것 중 하나가 외국인 선수 관리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간 선수가 태반이다. 추후 재합류할 예정이지만 최악의 경우엔 선수 쪽에서 계약 해지를 원할 수도 있다. 구단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연쇄 이탈 도미노'다.
남자 프로농구에선 앨런 더햄(KT)이 지난달 26일 자진 귀국을 결정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곧바로 보리스 사보비치(오리온)와 더햄의 동료였던 바이런 멀린스까지 팀을 떠났다. 남·여 프로배구에선 지난 4일 안드레스 산탄젤로(삼성화재) 어도라 어나이(IBK기업은행)가 '셀프 퇴출'을 결정한 뒤 가빈 슈미트(한국전력)와 다야미 산체스(도로공사)도 같은 선택을 했다. 첫 물꼬가 트이자 상황을 지켜보던 외국인 선수들이 곳곳에서 '굿바이 코리아'를 외쳤다.
프로야구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시즌 막바지 갑자기 일정이 중단된 농구, 배구와 달리 개막일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선수로선 섣불리 결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은 중국, 이탈리아, 이란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다. 미국도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한국의 1/4 수준이다. 선수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 선수가 KBO 리그를 떠날 경우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가능성이 있다. (구단이 보유한) 3명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 집에 가겠다고 하면 다른 두 명이 동요할 수 있다. 선수들끼리 워낙 네트워킹이 잘 돼 있어서 내용을 공유한다"며 "보내달라고 하면 계약금을 반환해야 하지만 이를 감수하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강하면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외국인 선수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특정 구단의 한 명이 주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나머지 선수가 이를 따랐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에 지인을 둔 한 외국인 선수가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꾸준히 받았고 일단 '미국으로 돌아간 뒤 재합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단 내 나머지 두 선수가 이 선수와 뜻을 함께해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변수는 많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로 재판을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선수로 뛰기 힘들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야구협정이 돼 있어서 다른 구단에 갈 수도 없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선수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반대로 구단의 책임도 아니다"고 했다.
이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거의 마무리 됐다. KBO 리그를 떠나도 빅리그에서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 특히 미국 내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미국 프로농구(NBA)에 이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 프로축구(MLS) 메이저리그(MLB)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한국을 떠나는 것보다 남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고 축소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혼돈의 연속이다. 외국인 선수를 향한 각 구단의 긴장감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