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선수들의 건강과 대회의 안전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 2020 도쿄 올림픽이 제때 개최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정상 개최시 보이콧 의지까지 피력하던 각국 올림픽위원회와 경기 연맹, 선수들은 앞다퉈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치러지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각 종목 올림픽 예선 일정은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유럽과 북미를 비롯해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간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난국 속에 미뤄진 일정을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톱10' 목표에 가장 많은 책임감을 안고 있는 대한양궁협회도 코로나19로 인해 국가대표 선발전 일정을 미뤘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은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개 전 종목을 휩쓸었고,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5개 종목 석권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당초 대한양궁협회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10일부터 경남 남해군 창선생활체육공원에서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선발전을 4월 이후로 연기했고,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재개할 예정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최소 운영 인력으로 선발전을 치르는 방법도 검토했으나 선수들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프로 스포츠 리그들과 초중고 개학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국내 프로스포츠는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모두 시즌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양궁연맹(WA) 역시 다음달 30일까지 모든 대회를 중단하고 사태를 지켜본 뒤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4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 '잠시 멈춤' 상황은 어느 종목에나 혼란스러운 일이다. 대한양궁협회 역시 IOC의 결정과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궁의 경우, 본선 출전권 6장(남녀 각 3장)을 모두 확보한 상황이라 예선조차 치르지 못한 종목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일정이 연기된다면 그에 맞춰 시나리오 별로 대응할 생각"이라며 "연기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그에 맞는 선발 방법과 대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한양궁협회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선수들의 안전이다. 이 관계자는 "성적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안전 없이는 그 어떤 성적도 무의미하다는 단호한 결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