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루 3시간만 자며 ‘한국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집념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서 회장은 지난 12일과 23일 두 차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임상 전까지 200억원을 투자하고 향후 3000억원 이상 확대하겠다며 개발 성공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 회장은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임상 2·3상을 병행하는 등 시간 단축을 위해 필요하다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1년 연구개발(R&D) 비용이 3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설 투자 비용이 포함된다. 이번에는 오로지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해 3000억원을 베팅해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였다. 서 회장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셀트리온을 포함해 5개 기업에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4시간 3교대 체제로 치료제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서 회장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앞으로 3개월만 고생하자”고 말하며 독려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같은 총력전·속도전을 바탕으로 지난 23일 2차 치료제 개발 보고에서 1차 발표에 비해 인체 임상 진입 시기를 2개월이나 앞당겼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현재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만큼 정부기관과 협력해서 치료제를 하루빨리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회복 환자 혈액에서 항체 후보군을 구축하고 항원에 결합하는 300종의 항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측은 치료제 개발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마무리했다고 자평했다. 오는 7월 말까지는 인체 임상시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1차 임상을 하고 2·3차 임상을 병행한다면 4개월 내 임상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의 규제 완화와 협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에 임상을 모두 거친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낳고 있다. 서 회장은 “기존 제품 생산에 다소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한 달에 100만명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들은 “서 회장이 타임라인까지 상세하게 공개하고 정부처럼 투명하게 개발 과정까지 공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 신뢰도가 생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메르스 때처럼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에도 치료제 개발을 발표했고, 치료 후보물질 CT-P38을 공개했지만 임상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중단했다.
서 회장은 메르스와 코로나19의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2개월 내 더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종료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이미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에서 계속 확산하는 등 팬더믹(세계적 유행) 상태다.
서 회장은 “상업적인 게 아니라 국가적인 측면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항체 진단키트도 오는 5월까지 생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