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배려 속에 페이스를 늦췄던 한국 야구 대표 우완 영건 듀오가 본격적으로 2020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승 이상 거둔 국내 선발투수는 10명이다. 그 가운데 양현종(KIA), 김광현(전 SK), 차우찬(LG), 유희관(두산)은 국내 대표 좌완 투수. 이재학(NC)과 문승원(SK)도 데뷔 8년이 넘었다. 1996년 이후에 출생한 5년 차 이하 젊은 투수들의 성과가 주목된다. 키움 최원태(23), NC 좌완 구창모(23), 두산 이영하(23) 그리고 KT 배제성(24)이다. 4명 모두 한국 야구 마운드에 세대교체 주자다.
그 가운데 이영하와 배제성은 지난 시즌, 데뷔 처음으로 구원보다 선발 등판이 많았다. 이영하는 17승을 거두며 국내 선수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올랐고, 배제성은 KT의 창단 첫 10승 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몸 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탓에 2년 차 대비에 변수가 있었다.
선수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체력 문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사령탑들은 페이스 조절을 유도했다.
이영하는 1, 2차 캠프까지는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1차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고, 2차 캠프에서 소속팀의 첫 실전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청백전도 한 차례 나섰다. 개막 날짜 연기가 확정된 뒤 소화한 국내 3차 캠프는 관리를 받는 모양새다. 세 차례 진행된 자체 청백전에서 등판하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차 캠프부터 베스트를 보여준 선수다. 개막일이 확정되지 않아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단계가 아니다. 조금 늦춰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지난해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국제대회(프리미어12)까지 치르며 커리어 최다 이닝과 투구 수를 기록했다. 사령탑은 피로 여파보다는 오버 페이스를 더 경계하는 눈치다.
이영하는 25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3차 캠프 첫 등판에 나섰다. 전날(24일) KBO는 개막은 4월 20일 이후로 연기했지만, 4월 7일부터 팀 사이 연습경기는 허용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시범경기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면서 10구단은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영하도 마찬가지다.
청팀 투수로 나선 그는 2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48km(시속)이 찍혔다. 밸런스와 구속 모두 2차 캠프보다 떨어진 상태. 그러나 오히려 신이 난 모습이다. 경기 뒤 이영하는 "아직 몸을 덜 만들었고, 긴장감도 떨어진 상태지만 끌어올리겠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긴장한 상태로 던지면 더 빨리 몸이 올라올 것이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배제성의 시계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부터 그의 페이스를 관리했다. 10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이 한 번도 없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배제성뿐 아니라 셋업맨 주권도 다른 투수보다 몸을 올리는 속도는 늦춰줬다.
배제성은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3이닝 동안 14피안타·10실점을 했다. 난타를 당했다. 지난 20일 등판에서도 4볼넷·4피안타·3실점을 했다. 기록은 매우 저조하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웃었다. 과정으로 봤다. 이 감독은 "다른 투수보다 늦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는 만큼 기록보다 공에 주목해야 한다. 구위가 많이 올라왔다. 이 경기 목표는 무볼넷이었다고 하더라. 실제로 4사구는 없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종을 점검하고 영점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한다. 배제성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선발로 고정된 투수다. 계획대로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