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시작은 언론이다. 신문의 1면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면의 첫 등장.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Messi's first day at MARCA'. 82년 된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가 최근 게재한 기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면에 실린 기사를 분석한 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마르카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을 기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51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 일간스포츠도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메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생애 첫 1면'을 장식한 축구 스타 이야기다. 〈편집자 주〉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골잡이로 우뚝 선 황의조(28·보르도)의 별명은 '갓의조'다. 이름 앞에 신을 뜻하는 '갓'이 붙는다는 건 축구팬들을 감탄시킬 만한 실력으로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황의조는 그만큼 눈부신 활약으로 대표팀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그러나 황의조가 처음부터 '갓의조'였던 건 아니다. 황의조는 2013년 성남FC에서 데뷔해 '성남의 아들'로 불리며 K리그 무대를 누볐고, 2015년에는 34경기 출전 15골 3도움으로 득점 3위에 오르며 데뷔 3년차에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라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2017년 여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로 팀을 옮겼다. 데뷔전부터 데뷔골을 터뜨리며 순조롭게 J리그 무대에 안착했고 다음해인 2018년에는 완벽하게 적응하며 명실상부한 감바 오사카의 간판 스타가 됐다. 하지만 황의조가 '갓의조'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그 해 여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리고 황의조가 처음으로 일간스포츠 1면에 등장한 때 역시 이 무렵이다.
첫 등장은 영광스럽지만은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학범 감독이 최종명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2018년 7월 17일이 황의조가 1면에 첫 등장한 날이었다. 황의조는 당시 3명에게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중 한 명으로 아시안게임 최종명단에 승선했는데, 이를 두고 김학범 감독의 '인맥 축구', '의리 축구'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자타공인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토트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조현우(울산 현대)와 달리, 대표팀에서 활약이 없었던 황의조를 와일드 카드 한 자리에 낙점한 건 성남 시절 사제 관계였던 두 사람의 '인맥' 때문이라는 비판 여론이었다. 당시 1면 타이틀 역시, "내가 책임진다"는 김학범 감독의 말과 함께 '의리 축구 정면 돌파'라는 제목으로 짜여졌다.
김 감독은 "난 학연·지연·의리로 선수를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팀을 하나로 만들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지겠다"는 말로 논란을 잠재웠다. 선발 당시 기준으로 J리그 득점 3위(7골) 컵대회 포함 11골을 기록하며 몸상태가 좋았던 황의조에 대한 믿음 하나로 강행돌파를 선택한 것. 그리고 김 감독이 보여준 믿음의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로 돌아왔다. 황의조는 대회 7경기에서 9골 1도움이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자신을 향한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인맥왕'이라는 비아냥에서 '갓의조'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황의조는 벤투호에 합류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됐다. 2018년 10월 12일 우루과이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약 3년 만의 A매치 득점에 성공한 황의조는 호주에서 치러진 11월 A매치 원정 2연전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날개를 달았다. 국가대표 공격수로 발돋움한 그의 다음 무대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었고, 이변 없이 최종명단에 발탁돼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다.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전인 2018년 12월 13일, 황의조는 다시 한 번 일간스포츠 1면에 등장했다. 불과 5개월 전, '인맥 논란'으로 1면에 등장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위치에서 그는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더 큰 무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이라는 자부심,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록 벤투호는 목표로 했던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황의조는 대표팀의 주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자신이 말했던 대로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