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가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의 총회와 설명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모이는 총회 개최 연기를 권고하자, 연기를 선택한 조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총회를 하루 몇 차례로 쪼개거나 ‘운동장 총회’까지 기획하는 등 꾀를 내고 있다.
올해 2~4월은 굵직한 정비사업장의 총회 일정이 유독 많았다. 당초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내달 29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번지면서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3개월 연장했다. 규정상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조합의 총회 일정을 4월 전에 여는 것을 가능한 한 막기 위해서였다.
서울시 역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5월 18일까지 재개발·재건축 조합 총회를 금지했다. 서울시는 또 서초구청에 총회를 강행하는 조합에 한해 강력한 행정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남3구역과 신반포15차, 개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 강남과 강북 ‘알짜’ 정비사업장들은 고민에 빠졌다. 총회 일정을 잡자니 정부 눈치가 보이고, 미루자니 일정이 지나치게 미뤄지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를 오는 5월 31일로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1일 총회가 확정될 경우 1차 합동 설명회는 같은 달 24일을 잠정적으로 잡았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은평구 증산동 증산2구역, 수색동 6·7·13구역 조합 등은 이런 방침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전날 조합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총회를 5월 18일 이후로 미루되, 착공은 4월 중 진행해 기존 일정을 맞춰가겠다”고 밝혔다.
강행을 택한 곳도 있다.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3일 조합원에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대림산업·호반건설의 합동 홍보설명회를 오는 31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개최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정부의 날이 선 감시를 인지해 설명회도 쪼갰다. 신반포15차 조합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3부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조합은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함에 따라 이에 부응하고자 분산해 소수의 조합원을 모시기 위함이다. 각자 편한 시간에 참석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규모의 불가피한 조합 모임과 관련해서는 임원 등 방역 책임자를 지정하고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비치 등 안전조치를 취한 뒤 제한적으로 열도록 시와 자치구에 지침을 내렸다.
개포주공1단지는 아직 고심 중이다. 30일 ‘운동장 총회’를 강행할 예정이었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도 총회 일정을 두고 고민 중이다. 오는 5월 18일 이후에 열면 일정이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이사회를 열었지만, 총회 일정 확정은 하지 못했다.
정부의 연기 권고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따르지 못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총회를 열지 못해서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간=돈’인 곳이 정비사업장 생리다.
업계 관계자는 “총회든 설명회든 더는 미룰 수 없는 조합들이 많다. 사업을 빨리 진행해야 조합원 부담도 줄어든다. 전염병이 도는데도 총회를 강행하거나 쪼개는 등 각종 방식이 등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