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KBO 리그 정규시즌은 과연 무사히 운영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끝내 '일정 단축'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KBO는 3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10개 구단 단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실행위원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당초 4월 20일 이후로 예정했던 정규시즌 개막일을 4월 말 혹은 5월 초로 더 미루고, 다음달 7일 시작하기로 했던 팀간 연습경기 또한 21일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각급 학교 개학일까지 조정되는 등 전반적으로 여전히 야구 경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가장 우선순위는 팬들과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고, 경기력은 그 다음 문제다. 감염자 수가 줄지 않아 여전히 경기를 하기에는 빠르다는 판단이 섰고, 개학이 늦춰진 부분이 (이같은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행위원회는 또 그동안 '144경기 체제는 어떻게든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개막이 5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기존의 팀당 144경기를 많게는 135경기, 적게는 108경기까지 줄이는 일정 변경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류 총장은 "144경기를 다 하려면 5월 초 개막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라며 "만약 일정이 더 늦어지면 불가피하게 경기 수 단축도 고려해야 한다. 리그 축소에 관련해서는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리그가 팀당 135경기 체제로 운영된다면 5월 5일 개막해 팀간 15차전을 치른 뒤 11월 10일까지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하게 되고, 108경기 체제로 변경된다면 5월 29일 개막한 뒤 팀간 12번씩 맞대결을 하고 포스트시즌을 11월 안에 마치는 식이다.
10개 구단 단장은 이 외에도 개막일에 따른 팀 당 124경기와 117경기 안까지 총 네 가지 가정을 세워 놓은 뒤 그 안에 포함된 세부 규정에 관해서도 세 시간 가까이 토론을 이어갔다. 우천 취소 경기가 나올 경우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안건과 올스타전 개최, 포스트시즌 축소 등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KBO는 지난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늦추기로 결의했다. 3월 28일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미룬 데 이은 두 번째 개막 연기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코로나19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정부는 결국 다음달 6일로 예정돼 있던 전국 초·중·고교 개학을 다시 미루고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염병 경보 단계 역시 최고 수준인 '4단계(심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팬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KBO 리그 역시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외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개막이 5월까지 미뤄진다면, 팀 당 144경기와 포스트시즌 일정을 11월 안에 모두 소화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KBO 실행위원회가 끝이 보이지 않는 '묘안 찾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