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재계 순위 1위 삼성이 연봉에서는 3위 SK에 밀렸다. SK는 삼성보다 매출에서 한참 떨어지지만, 총수를 비롯해 전문경영인, 임원의 연봉에서는 삼성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기업들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경영인 중 최고 연봉자는 삼성이 아닌 SK에서 나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4년 연속으로 '샐러리맨 연봉킹'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2019년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1위를 차지했다. 46억6000만원을 받은 조 의장과 46억3700만원의 권 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조 의장은 전년 대비 11억원 이상의 보수가 늘어났다. 그는 상여금으로만 33억6000만원을 챙겼다. 반면 권오현 회장은 상여금이 지난해보다 24억원 줄어들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총수 중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0억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삼성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3억9600만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51억8900만원을 가져갔다.
매출 규모로만 보면 삼성 경영진의 보수가 많을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삼성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19년 매출 230조4009억원을 기록했다. SK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매출은 각각 26조9907억원, 17조7437억원이다.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매출 규모 격차가 10배 이상이다.
반도체 매출만 비교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이는 크다. IT 자문기관 가트너에서 지난 1월 공개한 2019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22억1400만 달러(약 63조6645억원), SK하이닉스는 224억7800만 달러(약 27조40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 격차는 2배 이상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임원 평균 연봉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SK하이닉스의 미등기임원 182명 평균 보수는 6억6000만원이고,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 887명의 평균 보수는 6억1700만원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임원의 평균 보수가 4300만원 더 많았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연봉에서도 SK가 삼성에 앞섰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45억3100만원으로 SK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장동현 SK 대표가 35억3900만원,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가 31억52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부회장(반도체 총괄)만이 34억5100만원으로 30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겼다. 세계의 판매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는 고동진 사장은 28억2800만원을, 김현석 사장(가전)은 25억78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전년보다 상여금 규모가 줄면서 보수도 소폭 감소했다.
작년 재계 총수(오너) 중 연봉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을 포함한 7개 계열사에서 총 181억78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2위는 124억6100만원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2018년 재계 연봉킹이었던 이재현 회장의 연봉은 전년 대비 35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