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시작은 언론이다. 신문의 1면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면의 첫 등장.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Messi's first day at MARCA'
82년 된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가 최근 게재한 기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면에 실린 기사를 분석한 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마르카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을 기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51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 일간스포츠도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메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생애 첫 1면'을 장식한 축구 스타 이야기다. 〈편집자 주〉
2016년 1월 17일. 권창훈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다.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SC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2차전 예멘과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빵훈이' 권창훈. 그는 전반 14분, 31분 그리고 41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권창훈이 한국 축구 최초의 일을 해낸 것이다. 이 대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한 대회. 23세 이하로 출전 연령이 제한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이 시작된 이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첫 번째 주인공 탄생을 알렸다.
이 기쁜 날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경기 다음 날인 1월 18일 일간스포츠 1면에 권창훈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역사적인 날을 기념했다. 올림픽 최종예선 최초의 해트트릭이자 권창훈에게는 부담의 짐을 털어낼 수 있는 3골이었다. 당시 수원 삼성 소속이었던 그는 2015년 11월 29일 K리그1(1부리그) 최종전 전북 현대와 경기가 끝난 뒤 왼쪽 무릎 염좌 부상 진단을 받았다. 2015년 그는 수원의 핵심 미드필더이자 A매치를 뛰는 국가대표였고,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였다. 필요한 곳이 많은 권창훈. 살인일정으로 결국 탈이 났다. K리그(35경기)를 비롯 AFC 챔피언스리그(8경기) A매치(7경기) 올림픽대표팀(4경기) FA컵(1경기) 등 공식경기를 무려 55경기를 소화했고,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당한 부상이라 걱정이 더욱 컸다. 권창훈의 이탈은 올림픽대표팀 전력에 큰 차질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권창훈은 오직 재활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올림픽대표팀의 평가전에 나섰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축구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권창훈은 긍정마인드를 가진 채 버티고 또 한 발 전진했다. 예멘전이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경기, 첫 풀타임 경기였다. 해트트릭으로 자신에게 향하던 비난의 화살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솔직히 골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3골이나 넣었다. 창훈이가 심리적인 부담을 훌훌 털어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창훈은 "부상당하고 첫 풀타임이었는데 체력적으로 크게 무리가 안 와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신 감독의 말은 맞아떨어졌고, 권창훈의 약속은 지켜졌다. 이후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난 권창훈은 훨훨 날아올랐다. 또 경기가 진행될 수록 권창훈의 영향력은 커졌다. 명실공히 올림픽대표팀의 에이스는 권창훈이었다. 권창훈은 올림픽 본선 진출의 최대 승부처였던 카타르와 4강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44분 카타르 골망을 가르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된 순간이다. 또 일본과 결승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이어갔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거뒀고, 권창훈은 총 5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카타르 아흐마드 알라엔딘의 6골에 이어 대회 득점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창훈의 이런 기세는 올림픽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C조 1차전 피지와 경기(8-0승)에서 멀티골을 작렬시켰고, 3차전 멕시코와 경기(1-0)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독일과 2차전 3-3 무승부를 거둔 한국. 독일과 같은 조에서 놀랍게도 조 1위를 차지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이 독일을 조 2위로 따돌리고 조 1위로 8강에 올라섰다. 8강에서 온두라스에 패배하며 아쉽게 탈락했지만, 권창훈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재목이라는 것을 증명한 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