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20 신입사원②]'실력+배포 겸비' 소형준, KT 첫 '투수 신인왕' 겨냥
등록2020.04.06 05:58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완성형 투수다."
이강철(54) KT 감독과 주전 포수 장성우(30)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른 1차 스프링캠프 초반에 신인 투수 소형준(19)의 불펜피칭을 보고 한 목소리를 냈다. 1차 지명 유망주라는 점을 감안해도 후한 평가. 그의 데뷔 시즌 성공을 예단하는 게 아니다. 공을 던지는 자세와 배포가 여느 신인과 다르다는 얘기다.
신인 선수가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실전 투구에서 위력적인 구위와 예상보다 좋은 변화구 구사력을 증명했다. 국내 3차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현재, 그는 사실상 KT의 5선발이다.
전투력이 있다. 이강철 감독과 박승민 투수 코치가 오버페이스를 우려할 정도로 캠프 초반부터 공이 좋았다. 소형준은 "너무 가볍게 던지면 밸런스가 맞지 않더라"며 "고교 시절 은사이진 이성열 유신고 감독님께서도 한 시즌 내내 등판할 수 있도록 캠프 초반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하신다. 잘 새기고 있지만 힘을 줄 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프로 무대의 훈련 방식도 이미 적응했다. 소형준은 "고교 시절에는 훈련 시간이 너무 길면 집중력이 떨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 효율적인 훈련을 해야 하더라. 부족한 부분을 내가 알아서 개선해야 하는 점도 중요한 것 같다"며 웃었다. 팀 선배들에게 멘탈 조언도 받으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야수 강백호에게는 상대 타자에 명성에 주눅이 들지 않는 자세를 배웠다. 투수 배제성에게는 심판의 볼 판정에 끌려가지 않는 멘탈을 겸비해야 한다고 배웠다.
소형준은 10구단 신인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받았다. 커진 기대와 관심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말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로 거듭 연기되고 있는 개막이 아쉽다. 소형준은 "아무래도 몸 컨디션과 시즌 준비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빨리 개막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로 꼽은 이정후(키움)과의 승부가 늦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SK와의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최정, 제이미 로맥을 상대한 뒤 리그 정상급 타자들과의 승부에 설렘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있다. 소형준은 "지금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할 때다. 투구도 다시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달 등판한 세 차례 청백전에서는 12이닝을 소화하면 2자책점만 기록했다. 여전히 페이스가 좋다.
소형준은 KT 구단 역대 두 번째 신인왕, 투수로는 최초 수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수다. 선수도 "신인인만큼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기 전에 발표된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었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미래로 여겨지고 있다. 비록 전례 없던 정국 탓에 데뷔가 미뤄졌지만 KT팬은 그의 등판 경기를 가장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