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할 때다. KBO 리그가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프로야구 가운데 가장 먼저 개막할 가능성도 생기고 있어서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 방침에 따라 일찌감치 5월 중순 이후로 시즌 개막 연기를 결정했다.
KBO 리그(팀당 144경기)보다 더 많은 팀당 162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리그라 변화에 대비해야 할 요소들이 더 많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늦어도 오는 11일(한국시간)까지 올 시즌 경기 수와 로스터 확대 초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속출했다. 류현진의 소속팀인 토론토의 로스 앳킨스 단장은 최근 투수의 피로도를 줄이고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7이닝 더블헤더'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투수들의 과부하를 우려한 제안이지만, 현실화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한 시즌 전체도 아닌, 특정 경기만 7이닝으로 단축된다는 것은 팀과 선수 개인의 기록 여러 부문에 적지 않은 혼란을 남길 수 있다.
당장 완투승 수만 해도 그렇다. 5회 이후 비로 경기가 중단돼 끝까지 못 던진 선발 투수의 완투승은 완투 기록에서 따로 분류되지만, '7이닝 더블헤더'가 열릴 경우 7이닝을 경기 끝까지 소화한 투수의 기록과 9회를 끝까지 책임진 선수의 기록은 똑같은 '1 완투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른 가치를 지녀야 할 기록에 같은 무게가 부여된다는 얘기다.
A 구단 단장 역시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기본적으로 '야구 역사'에 반하는 안건은 논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경기 수 축소를 놓고는 여러 사례를 검토해 볼 수 있지만, 특정 경기에 한해 정해진 룰을 바꾸는 건 야구 선수 출신 단장들이 많아진 분위기 속에선 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엔트리 수의 일시적 확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은 "현행 빅리그 로스터 26명 안에서는 투수 수가 13명으로 제한돼 있으니, 로스터 수를 한 명 늘려 투수 14명 이상을 기용할 수 있어야 더블헤더를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안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USA 투데이도 최근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안배를 위해 로스터가 29명으로 늘어났다가 한 달 뒤 원상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한국은 이미 올 시즌부터 1군 엔트리 수를 기존 27명 등록, 25명 출전에서 28명 등록, 26명 출전으로 각 1명씩 확대하기로 결정해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올스타 브레이크가 없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우천 취소를 대비해 월요일 경기 혹은 더블헤더 가운데 하나는 무조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한시적으로 시즌 초반 엔트리 추가 확대를 논의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B 구단 단장은 "당장 7일 실행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엔트리 확대나 탄력적인 운영 부분은 분명히 앞으로 얘기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며 "더블 헤더 없이는 사실상 시즌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현장의 과부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A 구단 단장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어차피 시즌 막바지인 9월에 한 차례 확대 엔트리를 시행하게 돼 있다. 기존 선수들의 체력 문제, 리그가 종료된 퓨처스(2군)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대가 그 취지 아닌가"라며 "올해 같은 상황에선 그 확대 엔트리를 조금 앞으로 당겨서 시행하는 게 그 취지를 더 살리는 게 아닌가 싶다. 시즌 개막이 얼마나 더 밀리느냐에 따라 재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언론은 "아예 7월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에 메이저리그를 개막하는 것은 어떠냐"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토론토가 6월 30일까지 시(市) 주도 행사와 이미 승인된 행사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토론토시 당국은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프로 스포츠 경기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현지에선 "4대 프로스포츠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CBS스포츠와 야후스포츠는 이와 관련해 "선수와 구단들이 개막 전 최소 4주간의 '두 번째' 스프링캠프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고, 토론토에는 6월까지 강력한 행사 금지 명령이 발동된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축제의 날인 독립기념일에 메이저리그를 개막한다면, '정상적 삶으로의 복귀'가 가장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썼다.
이같은 의미를 똑같이 적용한다면, 4월 말에서 5월 초 개막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5월 5일(한국시간) 어린이날이 가장 의미 있는 축제의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그전까지 완전히 종식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시즌 초반은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관중 경기로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C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지난 실행위원회에서 정한 4월 말에서 5월 초라는 기준을 생각해 보면 KBO도 내심 5월 5일을 유력한 개막일로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태가 일찍 마무리된다면 당연히 그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후 상황에 차도가 없어 자칫 시즌이 도중에 중단되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더 큰 후폭풍과 혼란을 맞게 된다. 일단은 리그가 중단되지 않고 가장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생각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을 냈다. 여전히 아직은 모든 게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