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박민영, 서강준이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밤을 보냈다. 하루가 다르게 그들의 사랑은 굳건해졌다.
6일 방송된 JTBC 월화극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11회에는 박민영(목해원)과 서강준(임은섭)이 서로에게 더욱 깊숙하게 빠져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박민영의 아빠 서태화(주홍)가 죽은 그날의 진실 역시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이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서강준은 아주 오래전부터 박민영의 삶 안에 있었다. 파란만장했던 18살의 어느 날,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마구 비난하는 친구들의 괴롭힘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었던 박민영은 죽고 싶었다. 학교에 가는 게 지옥 같아 어떻게 죽을까 고민하던 그때 그녀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그래 강에 있는 역으로 가자. 거기에 가서 콱 죽어버리자"였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가까운 강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불리 먹고 졸음이 쏟아져 자연의 소리를 배경 삼아 실컷 잠도 잤다.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문득 이러다 못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들을 다 후회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죽음을 다짐했다. 반쯤 들어갔을까, 뒤에선 자신을 부르는 날카롭고도 다급한 이모 문정희(명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강안으로 들어가는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때만 떠올리면 신기했다. 한가로운 평일의 오후, 원래대로라면 학교에 있었어야 할 그녀가 기차를 타고 그 강가에 갔다는 것을 이모는 어떻게 알고 왔던 것일까. 그 실마리는 서강준의 기억 속에 있었다. 새벽 5시, 아직 아침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울려 퍼진 전화벨 소리가 잠을 깨웠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떠난 친엄마였고, 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안동으로 와달라 요구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박민영과 같은 기차역에 있었던 이유였다. 그날 서강준은 안동에 가지 못했다. 지금 가버리면 키워주신 부모님을 배신한 것 같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박민영이었던 것.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인생의 페이지 곳곳에 서강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향한 박민영의 마음도 점점 더 깊어만 갔다. 게다가 "우리는 사랑이야?"라는 질문에 "응 사랑이야"라며 묵직한 진심을 내비치자, 박민영은 끓어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나 너랑 자고 싶은데"라고 직구를 던졌다. 그렇게 한 이불에 몸을 뉘어 달콤한 사랑을 나눴다. 쿵쿵하고 크게 울려 퍼지는 서로의 심장박동 소리에 온몸도 같이 울려 퍼졌다.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민영의 머리 위로 검은 구름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 그는 겉보기엔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편이었지만 이따금씩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제하지 못했다. 그 분노는 매번 엄마 진희경(명주)으로 향했고, 그녀의 몸은 군데군데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주홍의 폭력을 목격한 문정희는 진희경과 차로 도망쳤지만 끈질겼다. 이내 누군가의 발이 액셀을 밟았고, 그대로 앞에 있는 받아버렸다. 핏빛 지옥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곤 등장한 문정희의 소설 첫 문장, '이봐. 우리 형부를 죽인 게 누구라고 생각해'. 걷잡을 수 없는 파란을 예고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