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간판타자 강백호(21)는 청백전 시리즈를 소화하며 연신 감탄한다.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던 소속팀 투수들의 위력적인 공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은 청백전이 적었다.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공이 정말 많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10구단은 그 어느 해보다 자체 청백전을 많이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정국 탓에 제한된 스케줄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우려가 컸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타자의 부상을 의식한 투수는 몸쪽 승부를 주저하게 된다. 효율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류가 변했다. 대외 연습경기와 개막이 두 차례씩 연기됐다. 청백전은 유일하게 컨디션 관리를 도모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이 됐다. 이제 젊은 투수들은 몸쪽 승부에 주저하지 않는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단 자체 채널과 케이블 방송을 통해 청백전이 중계되고 있다. 관중은 없지만 보는 눈은 많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진 덕분에 청백전도 진지해졌다. 선수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팀 동료의 진짜 실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됐다. 강백호는 아직 대외적으로는 그 자질이 드러나지 않은 투수들의 공을 주목한 것. 정작 자신은 동료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고 싶을만큼 타석에서 위압감을 주고 있다고.
KT 3선발 배제성(23)은 베테랑의 진가를 새삼 확인했다. 주장 유한준(39)과의 승부를 떠올리며 "승부가 가장 까다로운 타자였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선구안까지 좋더라. 볼카운트 싸움이 계속 밀리더라"며 감탄했다. 10점을 내준 지난달 25일 청백전을 떠올리며 "타자들이 다들 말은 '네 공이 좋더라'고 하면서 치기는 너무 잘 치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점검 위주의 투구를 하던 그는 2일 청백전에서는 실점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서도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주전 1루수 오재일(33)은 토종 에이스 이영하(23)의 공을 인정했다. 3월 31일에 열린 자체 청백전 뒤 그는 "이영하가 진짜 '잡겠다'는 기세로 던지더라. 그동안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왜 '잘 던진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이영하는 최고 구속 149km(시속)를 뿌렸다. 페이스가 너무 빨라서 잠시 숨 고르기를 했고, 다시 실전에 투입되던 시점. 팀 주축 타자도 혀를 내둘렀다.
진지한 청백전의 효과는 그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강백호는 "(진짜 실력을 봤으니)서로 조언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좋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두산 백업 포수 이흥련도 "공을 받을 때와 타석에 섰을 때는 또 다르더라. 우리 팀 투수의 공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는 부분이 있고, 이 점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유격수나 2루수는 바로 뒤에서 동료 투수를 지켜본다. 팔의 각도가 내려오거나 밸런스가 크게 흔들리면 경기 중에도 조언해준다. 포지션이 달라도 기본 맥락은 짚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해보다 청백전을 많은 치른 상황. 팀 동료의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서로를 향한 관심과 조언도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