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추면 인생도 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 프로스포츠가 중단되고 올림픽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계획도 크게 바뀌었다.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으로 인해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이 미친 영향이 크다. 천문학적 경제 손실은 개최국 일본을 정면으로 타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스포츠 자본주의에도 깊은 상처를 남길 예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이들은 대회에 참가하는 올림피언들이다. 전쟁이 아닌 이상에야 4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오는 이 전세계적 스포츠 축제를 위해 피땀 흘려 준비하던 선수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1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2021년은 너무 멀다"고 말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 톰 랜슬리(35·영국)는 은퇴를 선언하며 "도쿄 올림픽 1년 연기가 내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던 선수들은 대부분 연기된 일정에 맞춰 은퇴를 미루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미국 여자 기계체조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23)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운동 금메달 4개 종목을 석권한 바일스는 원래대로라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평균대와 이단평행봉까지 휩쓸어 6관왕을 달성하고 은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 체조 종목은 신체적인 조건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라, 올림픽을 두 번 출전하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선수 생명이 짧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일스는 올림픽 연기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고, 그 결정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바일스는 "1년 더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는 정신적인 측면이 나와 동료들, 대부분의 선수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올림픽 연기로 은퇴가 미뤄진 건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던 진종오(41·사격)나 올림픽 메달의 '한'을 풀고자 했던 김연경(32·배구),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던 레슬링 간판 스타 김현우(32) 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다시 준비에 나섰다.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던 영국 기계체조의 레베카 다우니(28), 호주 육상 경보의 자레드 탤런트(36) 미국 여자 축구의 칼리 로이드(38) 등도 올림픽 일정에 맞춰 은퇴 시기를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림픽과는 관계 없어도, 여자프로테니스(WTA)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0·덴마크)는 코로나19 때문에 은퇴 기념 경기 일정을 바꿔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올해 1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보즈니아키는 5월 은퇴 기념 경기 '파이널 원'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와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코트를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은퇴 경기를 취소하고 추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보즈니아키는 "모두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