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부진일까. 하락세가 뚜렷해진 걸까. 백전노장 윤성환(39·삼성)의 페이스가 다소 더디다.
윤성환은 삼성 선발 투수 중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2004년 데뷔 후 거둔 승리만 통산 135승이다. KIA 에이스 양현종(통산 136승)에 이은 현역 2위. 그런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자체 청백전까지 시종일관 부진하다. 총 8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11실점(9자책점) 했다.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결과와 과정이 모두 좋지 않다. 지난달 3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LG와 연습경기에서 2이닝 5피안타 4실점(4자책점) 했다. 아웃카운트 여섯 개를 잡아내는 동안 피홈런을 세 개나 맞았다. 1회에만 피홈런 두 개(이형종·라모스)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어 25일 대구 자체 청백전에선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2자책점) 했다. 두 번째 자체 청백전 등판이던 지난 4일에도 3이닝 6피안타 5실점(3자책점)으로 불안했다. 피안타가 많고 실점까지 느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피홈런까지 적지 않다.
윤성환은 허삼영 삼성 감독의 선발 구상에 포함돼 있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 데이비드 뷰캐넌에 윤성환, 백정현, 원태인, 최채흥이 로테이션 후보다. 허 감독은 "(국내 선발 후보) 네 명 중 가장 좋은 선수가 나간다. 시즌 중에 비가 오거나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일단 선발 여섯 명을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며 "(나이가 적지 않은) 윤성환의 체력을 조절해주면서 상황과 팀에 맞게 로테이션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국내 선발 넷 중 스윙맨 경험이 있는 최채흥의 불펜행이 유력했다. 그런데 일본 연습경기(5이닝 무실점)와 자체 청백전(7이닝 무실점) 쾌투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최채흥은 자체 청백전에서 모두 윤성환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연습경기와 청백전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전이 미뤄져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윤성환의 상황은 좀 다르다. 2018년 평균자책점이 6.98로 7점대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26명 중 평균자책점이 24위였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50으로 안정적이지 않았다. 개막 전 부진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에이징 커브에 따른 구위 저하가 원인이라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윤성환은 불펜 경험이 많지 않다. 최근 9년 동안 불펜으로 등판한 경기가 단 한 번도 없다. 소화한 211경기가 모두 선발이었다. 불펜으로 보직을 이동하는 건 결단이 필요하다. 등판이 일정하지 않은 불펜은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 베테랑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선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반등하지 못한다면 허 감독의 골치가 아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