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년 전 말산업이 처음 태동한 카자흐스탄에 이제 한국 경마의 노하우가 뿌리를 내린다.
한국마사회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경마장을 운영하는 텐그리 인베스트와 발매사업 자문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 DIC와의 경마 시스템 자문 계약, 말레이시아 로얄사바터프클럽(RSTC)과의 경주 퇴역마 수출 업무협약에 이어 본격적인 실행 궤도에 오른 세 번째 해외 사업으로 한국 경마가 이룩한 성과와 발전상의 우수성을 세계 시장에서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월 16일 체결한 이번 자문계약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에 위치한 알마티 경마장 내 유휴 공간을 발매소로 조성하는 사업을 위한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발매 운영계획, 업무 매뉴얼, 전산 교육 등의 분야에서 유상 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다.
당초 자문 계약 기간은 올 4월부터 5개월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자문 일정이 연기됐다. 한국마사회와 텐그리 인베스트는 오는 5월 자문을 시작하기 위한 일정 조정에 합의하고 자문 개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카자흐스탄은 약 5500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말 사육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국가로 말 활용이 일상화된 곳이다. 세계 9위에 달하는 넓은 국가면적(약 272만㎢)과 대륙성 기후로 말 사육에 최적인 자연환경을 가졌다. 또 2015년에 발간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약 200만 두 이상의 마필을 보유했고, 경주마로 활용되는 서러브레드 종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말이 농축업과 이동, 식육 등의 용도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
경제 중심지 알마티 시내에 위치한 알마티 경마장은 1930년대 건설된 유서 깊은 경마장으로, 지금도 일부 시즌에 경마 경주·폴로 경기 등이 시행되고 있다. 다만 경주 체계나 발매 시스템이 현대화되어 있지 않아 수기 발매를 시행하고 있어 알마티 경마장의 소유사인 텐그리 인베스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발매분야 자문을 구하기 위해 한국마사회와 손을 잡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대규모 말산업 국가인 카자흐스탄을 대상으로 한국 말산업 첫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한국경마 수출의 북방국가 거점 확보라는 중장기적인 활로 개척의 의미도 가진다.
이번 발매사업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마사회 발매전산시스템(K-Tote)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경마장에 성공적으로 도입될 시 약 60억원 규모의 외화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과정에서 민간 분야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국마사회와 관련된 스타트업들의 동반성장과 해외 진출 역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한국마사회는 발매사업과 더불어 경마 인프라까지 수출 분야를 넓혀갈 예정이다. 말산업 인력교육, 경마 운영체계 및 경주 시스템 등 약 4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해외사업 계획도 수립 중이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이어 올해 카자흐스탄까지 진출하게 된 것은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사적 노력의 성과"라며 "한국경마의 DNA가 전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