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의 돈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가만히 앉아 당한 이미지 실추다. 해킹을 당했고, 협박도 당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에겐 오히려 피해자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감당하기엔 다소 가혹한 잣대다.
주진모·하정우 등 연예인 8명의 휴대폰 해킹 조직으로 알려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박모씨와 김모씨를 공갈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등록 외국인 주범 A씨에 대해서도 중국과 공조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개인적인 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총 6억1000만 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돈을 보낸 연예인은 총 8명 중 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예인 휴대폰 해킹 협박범들의 존재는 주진모가 먼저 상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주진모는 지난 1일 소속사를 통해 "개인 휴대폰이 해킹됐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 등 악의적 협박과 함께 금품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진모는 협박을 당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연한 피해자였지만, 온라인상에 일부 조작된 사적 메시지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2차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정우는 수사 과정에서 실명이 나온 케이스다. 최초엔 이니셜로 거론됐지만 일각에서 실명을 고스란히 언급했다. 하정우 측은 휴대폰 해킹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창 대내외적으로 이야기가 오갔을 당시에도 "수사 결과를 지켜 보겠다"는 뜻만 조심스레 내비쳤다. 하정우는 해킹 사실을 파악한 직후 곧바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협박범들과 어떠한 합의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 중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해당 조직이 한국이 아닌 중국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검거가 힘들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검거에 성공했고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울분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고 그 또한 '연예인의 몫' 임을 강요 당한다. 법의 심판이 반드시 필요할 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