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수선한 유럽 축구 시장에서 선수들의 연쇄 이동 가능성이 포착됐다. 올 여름을 뒤흔들 ‘스타 플레이어 대 이동설’의 중심에 손흥민(28)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이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비싼 선수들을 이적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적극적인 변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최근 팀 내 최고 연봉자이자 간판 스타인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27)을 팔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케인이 팬들과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던 도중 “토트넘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느낄 경우, 단지 내가 사랑하는 팀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아 있진 않을 것”이라 발언한 게 계기였다.
소속팀에 대한 케인의 충성심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구단 수뇌부는 이적시장에 판매하기 위한 가격까지 매겼다. 영국 스포츠 전문 위성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이 케인의 몸값으로 2억 파운드(3000억원)를 책정했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이적설이 나도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비롯해 유벤투스(이탈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은 케인이 떠날 경우 최대한 높은 몸값을 챙겨 구단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를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새 홈구장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건축하면서 6억3700만 파운드(95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빚이 생겼다. 케인이 2억 파운드에 팔린다면 부채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다.
토트넘은 케인이 떠날 경우에 대비한 ‘플랜B’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풋볼 런던은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 구단에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무사 뎀벨레(올림피크 리옹),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대니 잉스(사우샘프턴), 주앙 페드루(칼리아리) 등 5명의 공격수를 영입 후보로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이 7000만 파운드(1060억원)를 주고 데려온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도 한 시즌만에 재이적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의 전술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최근에는 영국 정부의 외출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모리뉴 감독이 이웃사촌인 은돔벨레를 비롯해 몇몇 선수를 자택 근처 공원으로 불러내 훈련을 시켰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토트넘에서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은돔벨레는 여전히 유럽의 많은 클럽이 주목하는 미드필더다. 바르셀로나(스페인)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가치는 6500만 유로(860억원)로 하락했지만, 영입 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
거물급 선수들이 들고 나도 손흥민의 입지는 탄탄할 전망이다. 시즌 막판에 오른팔 골절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최근 팬들이 선정한 2019-20시즌 토트넘 최고 선수로 뽑혀 경기력을 인정 받았다. 기브미스포츠는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들에게 등급을 매기면서 손흥민을 ‘신급’ 바로 아래 단계인 ‘월드클래스’로 분류했다. 모리뉴 감독이 새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공격수들도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스트라이커 자원들이다.
오히려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의 거취와 관련해 선수의 눈치를 보는 정황도 포착된다. 근래 들어 손흥민에 대해 “최전성기가 왔을 때 자국 리그나 유럽 무대를 제패할 수 있는 빅 클럽으로 이적해야한다”고 조언하는 축구 전문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시아 마케팅’이라는 매력적인 메리트가 있어 어느 팀이든 환영할 만한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등 여러 팀들이 손흥민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란히 연봉 1040만 파운드(160억원)로 팀 내 연봉 1ㆍ2위인 케인과 은돔벨레가 한꺼번에 팀을 떠난다면 토트넘이 공격력을 유지하기 위해 손흥민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제계약을 제의할 수도 있다. 팀에 남아서 토트넘의 일인자로 자리를 굳힐지, 아니면 더 큰 클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는 선수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