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프로야구가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뒤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량이 뛰어난 대체 외국인 선수를 당장 데려오거나, 또는 제대로 검증할 방법이 없어 구단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몸 상태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KBO리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현재 팀마다 자체 청백전만 반복해 치른다. 사령탑은 청백전과 타 팀과의 실전 경기는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청백전만 갖다 보니 외국인 선수의 기량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습경기와 청백전은 경기의 긴장감과 몰입도가 달라, 외국인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점을 찾는데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는 구단의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할 만큼 팀 내 비중이 아주 큰 부분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KBO리그를 새롭게 경험하는 선수가 15명으로, 전체 외국인 선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최소 1명 이상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는데, 롯데는 전원 교체했고 SK·NC·KIA·삼성 등도 두 명씩 바꿨다. 개막에 앞서 충분한 검증의 시간이 부족해 구단의 속은 타들어 간다.
KBO 이사회는 14일, 앞서 실행위원회에서 논의한 '4월 21일 구단 간 연습경기 시작, 5월 초 정규시즌 개막' 구상을 확정할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않을 만큼 좋은 활약이 선보이는 것이 최고이지만, 부진과 부상 등의 이유로 매 시즌 교체는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6개 구단이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를 바꿨다. 교체율은 약 30%에 이른다.
A구단 단장은 "외국인 선수가 지금, 또는 개막 초반에 다치면 큰일 난다. 부진하면 기다릴 수 있겠지만, 다치면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걱정했다.
대만프로야구가 12일 전 세계 프로리그 중 가장 먼저 플레이볼이 선언됐지만 사실상 전 세계 야구가 모두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미국 혹은 도미니카리그에서 건너온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모두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훈련장 폐쇄 등으로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구단은 대개 2~3월, 5월, 7~8월에 스카우트를 해외에 파견한다. 교체를 염두에 두거나,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정보 수집 차원에서다. 이번에는 구단 스카우트의 해외 파견이 사실상 막혔다. 대부분의 구단이 현지에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해 점검하는 것과 다르다.
또 이전부터 눈여겨 봐온 선수라도 현재 기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몸 상태를 만들어 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현재 해외에서 입국 시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이번에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선수단 본진과 함께 입국하지 않고, 고국에서 '특별 휴가'를 갖고 온 외국인 선수는 KBO의 권고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를 했다. 해당 외국인 선수가 속한 5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당장 경기에 나설 몸 상태를 만드는데 길게는 한 달 정도 필요할 것이다"며 난감해했다.
A 구단 단장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피할 경우 대체 후보군의 기량을 점검할 방법이 거의 없다. 미국 야구는 아예 셧다운 상태 아닌가"라며 "제대로 몸 상태가 갖춰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새롭게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2주간 격리로 그라운드를 밟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스카우트 업무를 오랫동안 한 B 구단 관계자는 "설령 외국인 선수 교체를 추진하더라도 미국 구단에서 이적을 수용할지, 거부할지 알 수 없다"고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구단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선수단 운영에 있어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당장 빅리그에서 기용이 어려워 이적료를 받고 보내줄 선수여도, 지금은 일단 최대한 많은 선수를 데리고 있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B 관계자는 "올해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피할 경우 일본(2군)이나 대만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대체 후보군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은 한국 야구를 경험했지만, 특별히 소속팀이 없는 선수 역시 해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 모르는 가운데, 현재로선 외국인 선수가 시즌 초반에 다치거나 부진하면 구단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외국인 선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KBO 야구 규약상 외국인 선수 교체는 한 시즌에 두 번, 또 8월 15일까지 교체해야 포스트시즌 출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게 개막한다. 이에 KBO는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에 대해 "개막일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일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