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시 귀국한 신태용(50)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14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지난 4일 자카르타에서 귀국한 신 감독은 정부 방침에 따라 18일까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내와 축구선수 두 아들 신재원(22·안산 그리너스)·신재혁(19·건국대)이 있는 경기도의 분당 본가 대신, 경기도 고양의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김해운, 김우재 코치와 1인 1실을 쓴다.
신 감독은 “나와 코치들은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현지에서 1차 양성판정이 받았던 공오균 코치도 2차 PCR(유전자증폭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와 안전하게 귀국했다”고 말했다.
다들 건물 밖에 나가지 않고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 신 감독은 “아내와 큰 아들이 문 앞에 반찬을 놓아줬다. 2m 이상 떨어져 짧게 인사만하고 돌아갔다. 택배로 음식재료를 주문해 소불고기 같은걸 해먹는다. ‘이태원 클라쓰’ 같은 드라마도 보고, 전술 관련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총선 투표는 못하게 됐다. 신 감독은 “자가격리자는 투표날 오후 5시20분부터 외출이 허가되고,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해야 투표할 수 있더라. 이동거리상 투표를 못하게 됐다. 미리 알았다면 임시거처를 분당 근처에 잡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4200명, 사망자가 370명을 넘어서며 확산세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전수조사가 안돼 감염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리에서 마스크 쓴 현지인은 10%에 불과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모든 활동을 멈추라고 정부에 통보를 받았다. 코치진의 안전을 고려해 한국행을 추진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이달초에 허락해줬다. 축구일정들이 뒤로 밀린 만큼 4주 휴가를 미리 당겨썼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지난 1월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 A팀, 23세 이하팀, 20세 이하 팀을 모두 맡았다. 신 감독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 자카르타에서 열린 프로축구 개막전에 관중이 7만명이 몰렸다. 체육부 장관이 대표팀 첫 훈련을 찾아 3~4시간을 지켜보고 갔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인도네시아 축구 서포터스가 차 위에서 응원하는 모습. [사진 신태용 감독]
부임 후 19세 이하팀을 데리고 태국 전지훈련을 했고, A팀과 자카르타에서 2주 훈련을 했다. 신 감독은 “처음에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체력이 엉망이었다. 20분 뛰면 걸어다니고 승부욕도 부족했다. 날씨가 덥다보니 ‘고랭(튀김)’과 짠 음식을 즐겨먹더라”며 “체력이 강해져야 멘털이 강해진다. 하루에 훈련을 3탕씩 했다. 꼬치구이 등을 먹게 해 단백질을 보충하게 했다. 선수들이 힘이 붙는게 느껴지니 잘 따라왔다. ‘아요(Ayoh·하자)’라는 말도 자주했다”고 했다. 또 “국민과 대표팀 선수 80% 이상이 이슬람교다.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도 안마셔서, 문화를 이해하려고 공부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신 감독의 로드맵에 비상이 걸렸다. 신 감독은 “기간별 플랜을 세웠는데 코로나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우리나라가 코로나19가 더욱 안정되면, 인도네시아 19세팀을 한국에 데려와 전지훈련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외국인 입국이 전면 허용되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모든 검사를 받고 통과한다는 전제 하에”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신 감독의 연봉삭감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 감독은 “아직까지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고 두고봐야한다”고 했다. 그와 별개로 신 감독은 최근 인도네시아축구협회에 2만 달러(2500만원) 코로나19 성금을 전달했다. 영덕 출신인 그는 지난달에는 스포츠닥터스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워낙 의료시스템이 열악하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단키트와 구호물품을 보내줘서 감사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케이팝 스타를 비롯해 한국인을 정말 좋아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K스포츠 활성화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