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 외 변수 때문에 이례적인 조기 종료로 끝났지만, 2019~2020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시즌으로 기억될 예정이다.
올 시즌 WKBL은 개막 전부터 신흥 챔피언 청주 KB 스타즈의 '왕조 굳히기'가 될 지,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왕조 탈환'이 될 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박지수를 앞세워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 건설에 성공한 KB와, 2012~2013시즌부터 6연속 통합 우승의 역사를 세운 우리은행의 대결은 한 시즌을 관통하는 WKBL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양 팀 사령탑이 개막 미디어데이 때 시즌 상대전적이 3전 3승 3패 동률을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고, 6라운드까지 한 바퀴를 돌 동안 경쟁 구도는 계속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상대전적 4승2패로 근소하게 앞선 우리은행이 조기 종료된 시점 기준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두 팀의 치열했던 우승 경쟁은 막이 내렸다.
경쟁이 뜨거웠던 만큼, 싱겁게 끝난 결말은 양 팀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1위 확정 직후 "우승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축하해주시니 1위구나 싶다"고 얘기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해 아쉽다.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즌이 일찍 끝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안덕수 KB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은 어려워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욕심이 컸는데 아쉽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시즌 MVP로 선정된 우리은행 박혜진. IS포토 시즌 내내 엎치락 뒤치락하며 1위 경쟁을 펼친 두 팀은 시즌 종료 후 각 부문에서 수상자도 여럿 배출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최우수 선수(MVP)와 베스트5에 선정됐고 르샨다 그레이가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위 감독도 감독상과 특별상을 수상했고 김소니아가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하는 등 '상복'을 과시했다. KB는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 베스트5에, 허예은과 김민정이 각각 신인상과 식스우먼상을 받았다. 박지수는 우수수비상도 수상했다.
통계에 의한 부문을 휩쓴 선수는 강이슬(하나은행)이었다. 강이슬은 득점상과 3득점상, 3점 야투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강이슬은 올 시즌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리은행-KB의 우승 경쟁 못지 않게 뜨거웠던 부천 하나은행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3위 싸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3위 자리를 놓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순위를 맞바꿔가며 혈투를 벌였는데 최종 순위는 하나은행이 3위, 신한은행이 4위로 끝났다.
창단 첫 해 리그 5위로 마친 BNK썸. IS포토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의 또다른 관심사라면 단연 신생 구단 부산 BNK썸의 등장이었다. 유영주 감독을 필두로 전원 여성으로 팀을 꾸린 BNK는 초반 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다 중반 들어 조금씩 반전에 성공하며 '젊은 팀'다운 패기를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창단 첫 해 성적은 5위였지만 전통의 용인 삼성생명을 꼴찌로 밀어내고 거둔 결과라 가능성은 충분히 증명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연이은 부상자 속출로 힘든 시즌을 보낸 삼성생명은 창단 첫 최하위라는 성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쳤다. 여러모로 삼성생명으로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이다.
한편 시즌이 마무리된 WKBL의 마지막 관심사는 자유계약선수(FA)들의 행방이다. 15일 1차 보상 FA 협상 결과, 안혜지가 지난해보다 3배 오른 3억 원에 BNK와 재계약했고 김민정(KB·1억 원)과 김한비(삼성생명·5500만 원)도 재계약을 선택했다. 하나은행도 강계리(9500만 원) 이정현(3600만 원)과 재계약을 마쳤다. 양인영(삼성생명)과 이수연(하나은행)은 원소속팀과 협상이 결렬돼 16일부터 25일까지 타 구단과 협상한다. 또 '최대어' 박혜진을 비롯해 FA 자격을 재취득한 2차 보상 FA 9명 역시 25일까지 전 구단과 협상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6개 구단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박혜진의 거취가 어느 팀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올 시즌의 마침표가 찍힘과 동시에 다음 시즌 WKBL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