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절망은 없다.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시, 언제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나게 되어있다. 전세계 확진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조금씩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세계적인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에서는 일찌감치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변화에 대해 예측에 나섰다. 반세계화 흐름이 강해지고 거대 부채 시대가 도래하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강세로 인한 디지털 인프라 확대 등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 포함된다. 대규모 관중들이 한 곳에 모이는 공연이나 예술, 그리고 스포츠 역시 변화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스포츠에도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는 수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응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으로 대표되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알려진 이후에는 이런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 모여 숨을 쉬거나 물건을 만지는 일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가 맞이하게 될 뉴 노멀의 시대도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프로스포츠 인기를 양분하는 북미 지역과 유럽에선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풋볼리그(NFL) 미국프로농구(NBA) 등 인기 프로스포츠와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 등이 모조리 중단되며 때 아닌 스포츠 불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 보스턴 지역지인 '프로비던스 저널'은 메이저리그 개막에 대해 얘기하면서 "스포츠가 다시 게임과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때 보여줄 '뉴 노멀'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영국 생활 체육 기관인 스포트 잉글랜드의 최고경영자 팀 홀링스워스도 스포츠의 '뉴 노멀'과 관련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백 가지 옵션을 활용해야 한다"며 "지역 사회에서 스포츠와 신체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일정은 물론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도 "뉴 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메일과 트위터, 페이스타임(영상통화) 및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된 '언택트 마케팅(비접촉·비대면 마케팅)'이 스포츠 뉴 노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가 경기장에 모여 '직관'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쳤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선 대규모 관중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 외에 새로운 방식이 주된 흐름으로 정착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통상적인 개념의 '팬' 역시 직접 경기장을 찾는 적극적인 소비자보다 TV,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들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그동안의 피로감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은 북미나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스포츠계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시즌을 조기 종료하고, 프로축구 K리그와 프로야구도 시즌 개막을 미룬 상황에서 각 종목 구단들은 경기가 없는 가운데서도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보다 활발하게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청백전 자체 중계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에는 구단 운영비 감소, 시장 규모 축소 등의 불가피한 변화도 포함된다. 코로나19 뉴 노멀은 결국, 프로스포츠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생존 전략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