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후의 수단’인 감산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포스코의 감산이 창사 이래 두 번째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적으로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체들은 감산 카드를 내놓으며 비상 경영을 펼치고 있다. 유럽지역에서 1900만톤 규모의 고로(용광로)가 폐쇄됐다. 또 주요 철강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절반 가량으로 떨어지는 등 철강의 쇳물이 식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자동차와 선박, 가전제품 등의 생산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이탈리아 타란토 제철소의 25% 감산을 결정했다. 프랑스 포쉬르메르·덩케르크 제철소, 스페인 아스투리아스·사쿤트 제철소의 고로는 일시 중단됐다. 스테인리스 제조사 아페람도 유럽 일부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 전기로 열연공장을 감산하기로 했다. 연 100만톤 수준인데 올해 생산 목표를 70만톤 규모로 내려 잡았다. 자동차 강판에 대한 수요 급감으로 현대제철 역시 고로 생산량 감산을 검토 중이다.
세계 5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감산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수요 급감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최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만약 포스코가 감산하게 되면 창사 이래 두 번째이자 12년 만이다. 포스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감산 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포스코는 2018년 12월부터 두 달 동안 10.3%를 줄였고, 추가적인 감산을 이어갔다.
고로가 멈추면 정상 가동까지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보통 고로 가동을 멈추면 생산능력 회복에 2~3개월이 걸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포스코는 감산 결정 후 1년 가량 흐른 뒤인 2009년 4분기에서야 가동이 정상화됐다.
포스코는 이달 중순부터 고철의 입고를 일시 중단했다. 이로 인해 감산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감산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반적인 국내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취임한 최 회장은 최악의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올 한해 직면할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고강도 원가 절감을 추진한다. 아울러 시장 지향형 기술 혁신과 전사적 품질 혁신, 미래 성장 신제품 개발과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최고의 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산 없이 재고가 늘게 된다면 싼 가격에 강판을 팔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 최 회장이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산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업계 관계자들은 1분기보다 2분기의 업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고 있다. 포스코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포스코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13년 만이다. 또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51명은 지난달까지 총 1만6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