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KBS 2TV '악(樂)인전' 제작발표회가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해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됐다. 제작발표회에는 박인석 PD를 비롯해 이상민·김숙·김요한·문세윤이 참석했다.
'음악인의 이야기’란 뜻을 가진 '악인전'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한 많은 음악 늦둥이들이 레전드 음악인을 만나 새 프로젝트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로 ‘언니쓰' 돌풍을 일으켰던 박인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눈에 띄는 점은 90년대 가수뿐만 아니라 유명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던 이상민이 다시금 '음악 제작 도전'에 나선다는 점이다. 16년 만에 '악인전'을 통해 다시 음악 제작을 하기로 한 이상민은 소속그룹인 룰라를 비롯해 샵·디바·샤크라·컨츄리 꼬꼬 등의 곡을 연달아 히트시킨 '히트곡 제조기'였다.
박인석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음악을 잘하는 사람, 음악을 잘했던 사람, 음악을 잘하고 싶은 사람. 이 세 가지 군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음악 늦둥이'들이 음악 레전드를 만나 새로운 음악 인생을 접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인석 PD는 2016년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연출한 PD로 음악에 재미를 접목해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능숙하다. 그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와의 차이점' 관련 "음악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인 것은 동일하다. 이번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고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하나의 팀에 집중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그보다 다양한 조합이 보이는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할 이상민의 출연 배경에 관해 "전 세계적으로 그만큼 (인생) 스토리가 기구한 분이 없었고 음악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최적화된 분이라 생각해서 섭외했다"고 밝혔다.
이상민은 '악인전'에 임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했다. 그는 먼저 "'악인전'을 통해서 2004년 이후로 16년 만에 프로듀서로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열심히 해서 음악적으로 '저 친구가 아직 음악적으로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뛰어난 예능인으로서의 재능도 보였다. 이상민은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재미보다는 의미를 추구하려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내게 절대 예능이 아니다. 난 음악을 하러 왔다"며 다시금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상민은 출연 각오에 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게 있어 음악은 언제나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장르"라며 "음악 프로듀서로서 삶을 살았었고 같이 했던 동료들이 지금은 높은 위치에 있다. 내게 음악은 예능으로 접근할 수 없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는 '제작진의 존재'를 꼽았다. 그는 "제작진과 대화를 해보니까 '아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음악적으로 접근할 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생각이 맞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그런데 제작진이 아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숙은 프로그램 출연 결심을 한 이유로 '박인석 PD의 존재'를 짚었다. 그는 "멤버들의 전체적인 조합은 모르고 박인석 PD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그가 내게는 '믿고 보는 PD'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니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박인석 PD로부터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점' '확신이 없으면 준비를 하지 않는 점'을 느꼈다"며 "그와 함께한다면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그램에 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기대하는 멤버'로는 문세윤을 꼽았다. "문세윤과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냈는데 이상하게 예능을 같이 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같이 프로그램을 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문세윤은 음악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1박 2일' 촬영을 했을 때 예전 내 생활기록부를 봤다. 거기 보니 3년 동안 장래희망란에 '가수'라고 써놨더라. 그때 왜 포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음악적인 갈증이 있기에 무조건 하고 싶었다"며 속내를 밝혔다.
문세윤은 Mnet '내 안의 발라드'를 통해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뽐낸 바 있다. 문세윤은 "개인적으로 포크송을 좋아하기에 송창식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할 때 너무 좋았다"며 "'내 안의 발라드'에서 발라드를 했으니 이번엔 '악인전'을 통해서 포크송의 매력에 더욱 빠져보고 싶다"고 했다.
'악인전' 막내로 출연하게 된 김요한은 다시금 프로젝트 그룹에 도전한다. 엑스원 출신인 김요한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금 음악적 재능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요한은 먼저 "이상민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본 직업이 가수이다 보니까 '음악을 잘한다'는 얘기를 해주시는데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프로듀서 이상민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이상민이 음악적으로도 대단했던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이런 얘기를 듣고 이상민에게 (음악적으로) 믿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이상민 역시 김요한에 화답했다. 이상민은 김요한을 '겸손한 친구'라고 표현하며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막내 김요한은 '레전드 송가인과 송창식을 만난 소감'에 관해 "송가인 선배님은 TV로 많이 봤고 음악 방송에서도 인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송창식 선생님은 되게 높으시다. 그리고 그의 데뷔 연도가 우리 어머니 태어난 년도다. 접하기 어려웠는데 VCR 통해서 오랫동안 본인이 정한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을 보고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연자들과의 세대 차이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멤버들과 처음 만났을 때 샤크라 등 선배들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 얘기를 할 때는 먼 산만 바라봤다. 혼자 노래를 못 따라불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지금은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며 첫날에만 조금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요한은 가장 친근한 멤버로 김숙을 뽑으며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수장인 박인석 PD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놓을 음악적 결과물보다는 출연자들이 그리는 스토리에 중심을 뒀다. 그는 '프로그램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니쓰'를 돌아보면 노래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그에 관한 스토리텔링에 공감해주셨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음원 1위'라는 목표를 잡기보다는 멤버들이 그리는 이야기에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박인석 PD는 '조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악인전'의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서로 다른 음악 장르 간의 조합·서로 다른 사람 간의 조합을 통해 엄마와 딸이 좋아하는 가수가 함께 만나는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가왕' 송창식이 데뷔 53년 만에 첫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대세 가수' 송가인과 함께 고정 출연을 확정한 송창식은 출연자들의 음악 멘토로서 활약한다. 두 사람이 그려갈 '뉴트로콜라보레이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채 모인 '악인전' 출연자들이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으며 안방극장을 사수할 수 있을지 또 박인석 PD가 주장한 프로그램 취지인 '음악을 기반으로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이상민은 프로듀서로서 다시금 재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