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년 뒤 도쿄를 기다리는 선수들] 기계체조 여서정 "아빠가 1년 더 생겼으니 준비 잘하면 된대요"
등록2020.05.01 06:00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긴 만큼, 몸관리 잘해서 준비해야죠."
여서정(18·경기체고)에게 2020년은 특별한 한 해가 될 예정이었다. 체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모든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에서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목표를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해.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 도쿄 올림픽이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연기되면서 여서정의 목표 달성도 1년 뒤로 미뤄졌다. 여자 기계체조 최강자인 미국의 시몬 바일스(23)가 도쿄 올림픽 연기 소식을 듣고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할 정도로, 신체 조건상 현역 은퇴가 이른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에겐 치명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서정 역시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여서정은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올림픽이 연기될 수 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올림픽 연기 소식에 '안전한 상황에서 경기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올림픽이 미뤄진 게 걱정돼 복잡한 심정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특히 기계체조는 전신운동이라서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연기로)한 살 더 나이를 먹는 만큼 그에 따라 몸의 컨디션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됐으니 몸을 그 만큼 더 관리해야 해서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운동하던 여서정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여파로 진천선수촌이 휴촌에 들어가자 선수촌을 나왔다. 올해로 고3이 된 여서정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나가는 대신, 지난 9일 개학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자택에서 운동하고, 주에 2~3회 정도 센터에서 근력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는 스케쥴을 소화 중이다. 최근에는 대한체육회에서 공개한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집콕운동'에 양학선(28)과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선수촌에서 지내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기계체조 종목 특성상 기구를 이용하기 어려워 운동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여서정은 씩씩함을 잃지 않았다. "1년 연기된 만큼 올림픽을 위해 더 준비할 수 있다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걱정과 불안을 누그러뜨린 여서정은 "남은 시간 동안 평소와 같이 몸 관리와 부상 관리도 잘 하고, 감독님 및 코치선생님들과 계속 상의하면서 열심히 훈련하며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아버지인 전직 '도마의 신' 여홍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 역시 "1년이라는 시간이 생겼으니 그만큼 몸 관리를 잘해서 잘 준비하면 된다"고 격려해줬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모로 훈련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진천선수촌이 단계적 재입촌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다음달 11일부터 체조를 포함한 9개 종목 약 360명의 선수들이 1차로 재입촌할 예정이다. 여서정도 선수촌에 다시 돌아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다시 '올림픽 모드'로 돌아가게 된 여서정은 "1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기계체조를 많이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를 함께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