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드람 2019~2020 V-리그는 코로나19 정국으로 인해 정규리그를 조기에 마감하고 포스트시즌을 취소했다. 5라운드 승점으로 리그 순위를 정했다. 1위에 오른 현대건설(여자부), 우리카드(남자부) 소속 선수, 지도자조차 허탈감 감추지 못했다. 우승 타이틀에 도전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배구를 기다리던 배구팬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4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개막하고 마무리되는 기간에 리그는 술렁였다. 테이프 커팅은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이 했다. 해외 진출, 현대건설 잔류, 국내 팀 이적 등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선수는 쌍둥이 언니 이재영(24)과의 동행을 선택했다. 자매가 나란히 흥국생명과 FA 계약을 했다. 전력뿐 아니라 티켓 파워 향상도 기대된다.
국가대표급 세터 2명의 공존은 없었다.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던 조송화(27)도 IBK기업은행과 FA 계약을 했다. 기업은행은 2019~2020시즌 세트 3위에 오른 이나연이 있지만, 더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을 노렸다.
여자부에서 이적한 FA는 이다영과 조송화가 유이하다. 두 선수 모두 A등급(연봉 1억원 이상) FA였기 때문에 전 소속팀은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다. 각 팀에 생긴 변수와 얽히며 관심이 높아졌다.
흥국생명은 리베로 박상미(26)를 선택했다. 팀의 기둥이자 수비의 중심이던 김해란(36)이 은퇴하며 생긴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구단은 "박상미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하며 포스트 김해란 시대를 맞이한 각오를 전했다.
이다영을 잡지 못한 현대건설은 세터 보강이 시급했다. 기존 백업은 경험이 부족했다. 염혜선은 KGC인삼공사와 재계약했고, 국가대표 세터 이효희(40)는 은퇴를 선언했다. 이다영의 보상선수로는 리베로 신연경(26)을 영입했다. 현재 주전급 세터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알렸다. 이효희 공백을 메워야 하는 한국도로공사도 세터 전력 보강이 숙제다.
남자부 FA 시장에서는 단연 박철우(35)의 한국전력행이 주목을 받았다. 2020년 A등급(연봉 2억 5000만원 이상) FA 가운데 유일하게 유니폼을 바꾼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이 이적은 지난달 29일에 열린 삼성화재와 우리카드 사이 성사된 빅딜의 신호탄이 됐다.
삼성화재는 4월 24일에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세터 이호건(23)을 지명했다. 닷새 뒤에 이호건(24)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우리카드로부터 세터 김광국(33)과 노재욱(28), 레프트 황경민(24), 센터 김시훈(33)를 받고 이호건, 류윤식(31), 송희채(28)를 보냈다.
노재욱은 우리카드 2019~2020시즌 1위를 이끈 주전 세터다. 2018~2019시즌 신인왕 출신인 황경민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김광국은 주전 세터 역할도 기대할 수 있는 베테랑. 송희채는 삼성화재가 FA로 영입한 선수고, 류윤식은 수비력이 좋고 팬도 많다.
노재욱, 송희채는 병역 의무가 남은 선수들이다. 분위기 쇄신, 체질 개선, 미래 대비 등 다양한 목표가 혼재된 트레이드로 보인다. 두 팀 감독도 "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단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삼성화재는 명가 재건을 노리고, 우리카드는 명가 초석을 쌓고 있다. 이 트레이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사령탑 교체는 지각 변동의 진앙이다. 삼성화재는 신진식 전 감독과 결별하고 고희진(40)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선수 시절부터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지도자다. 그동안 삼성화재에서 수석 코치를 맡으며 차기를 준비했다. 우리카드와의 빅딜로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KB손해보험은 권순찬 감독의 후임으로 팀 프랜차이즈 출신 이상렬(55) 경기대 감독을 영입했다.
가장 놀라운 소식은 대한항공 전했다. 2016~2017시즌부터 지휘봉을 맡겼던 박기원(69) 감독과 결별했다. 박 감독은 부임 첫 시즌부터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7~2018시즌에는 대한항공의 역대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겼다. 최근 네 시즌 동안 우승 결정전만 세 차례 치렀다. 구단은 "리빌딩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박기원 감독도 공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