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 리그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사상 최초로 진행된 화상 미디어데이가 전파를 탔다. 10구단 감독과 주장이 화상 연결을 통해 한 화면에 등장했고, 시즌 목표와 팬들을 향한 공약을 내세웠다. 언론 매체와 전문가 그리고 야구팬의 질문에도 응했다.
미디어데이는 이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사령탑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전한다. 일종의 예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었다. 2017시즌에는 KIA, 2018시즌에는 KIA에게 패권을 내줬지만, 지난 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태형 감독은 "여러 가지 일로 개막이 늦어졌지만, 올 시즌도 두산의 목표는 변함없이 우승이다"며 "야구팬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는 출사표를 전했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와의 개막전 선발로는 외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선발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KBO 리그에서 뛴 경험(2019시즌 KT 소속)이 있고, 그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모습도 1선발로 손색이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 판도에 대한 질문도 으레 디펜딩챔피언 사령탑에게 향한다. 행사 진행자는 두산이 우승 후보 1순위라는 점을 전제로 둔 뒤, 김태형 감독에게 "대항마 한, 두 팀을 꼽아 달라"는 질문을 했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에는 윤곽이 나타나지만, 개막을 앞둔 시점에는 특정 팀을 꼽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이 우리(1위)를 목표로 더 준비를 잘했을 것이기 때문에 더 경계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변수 가운데 한 가지는 다른 팀 사령탑들의 시선에 의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새 외인 크리스 플렉센 얘기다. 새 외인 투수 가운데 경계 대상을 꼽아 달라는 공통 질문에 손혁 키움 감독과 염경엽 SK 감독, 이동욱 NC 감독이 플렉센을 언급했다. 염경엽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실제로 상대해보니 영상 자료보다 더 좋은 투수더라"라고 했고, 다른 두 감독은 "잠실구장에 적화된 최적화된 투수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두 변수에 대해서는 김태형 감독이 직접 언급했다. 한 진행자가 선발진 전력을 치켜세운 뒤 불펜과 마무리 운영은 변수라는 뉘앙스로 질문하자 "지난 시즌에 잘해준 불펜진이 올 시즌도 잘해줄 것이다"는 믿음을 드러냈다. 키플레이로 본 파이어볼러 김강률의 컨디션 회복이 더딘 상황이지만, 그가 돌아오면 불펜진에 구심점이 생길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예비 FA(프리에이전트)가 최대 9명인 변수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생길까 봐 염려스럽다"면서도 "FA 자격 취득 여부에 따라 더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전하기도 했다.
두산의 주장 자격으로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오재원도 존재감이 있었다. 전 동료 양의지(NC)의 애정 섞인 평가와 응원을 받았고, '콧수염' 닮은꼴 이용규(한화)와 한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여유 있는 입담으로 유독 돋보였다. 그도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고 답했다. 지난 시즌 개인 성적이 안 좋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올 시즌은 내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