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경험하지 못한 변수들과 당면했고, 야구가 없는 3, 4월을 보낸 팬의 갈증은 커졌다. 그러나 방역 일선에서 희생한 의료진과 국민의 노력 덕분에 비로소 개막에 다가섰다. 구단과 사무국 그리고 야구팬이 지난 68일 동안 얻은 교훈도 적지 않다.
10구단이 한창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던 2월 넷째 주.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이 심화됐고 스포츠계도 긴장했다. KBO는 2월 27일, 3월 14일에 개막할 예정이던 시범경기 전 일정(50경기)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점부터 현장은 수차례나 초유(初有)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에는 이동이 용이한 구단 사이에 연습경기가 추진됐다. 그러나 이내 무산됐다. 감염자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무국이 금지했다. 호주, 미국에서 캠프를 진행하던 몇몇 구단은 연장을 선택했다. 그러나 국가 사이 출입국 제재가 시작되면서 귀국 일정을 당긴 구단도 있다. 대만에 있던 키움과 두산 2군은 전세기로 귀국했다.
외인 선수의 동행 문제도 불거졌다. 다섯(KT, 한화, 키움, LG, 삼성) 구단 소속 외인들은 각자의 고국으로 향했다. 이 시점까지는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산 추세였다. 그러나 3월 중순을 기점으로 미국 등 해외 사정이 더 심각했고, 귀국 릴레이가 이어졌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이 선수들은 자가격리 기간(2주)을 보냈고,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은 4월 20일까지 자체 청백전과 훈련만 소화했다. 선수들의 실전 감각 회복뿐 아니라 감염 예방까지 도모했다. 몇몇 구단은 소속 선수와 지도자 또는 협력 업체 인원이 발열 증세를 보이며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다. KBO는 감염자 추세,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외 경기 시행과 정규리그 개막 날짜를 결정하려고 했다. 3월 말까지도 안갯속이었다.
그러나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정부도 '무관중' 진행을 전체로 야외 스포츠의 개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4월 21일부터 대외 경기가 차질 없이 진행됐고, 같은 날 열린 제4차 KBO 이사회에서 개막 날짜(5일)가 확정됐다.
예정된 개막 날짜(3월 28일)보다 38일 미뤄진 본무대. 여전히 숙제는 많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이 권고되면서, 습관처럼 이뤄지던 현장의 행위들이 제약을 받는다. '무관중' 진행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감염자 수가 한 자릿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바이러스 정국의 종식 선언을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다. KBO 리그도 긴장감을 유지할 때다.
이 정국을 과거처럼 바라볼 때는 아니다. 그러나 시범경기 취소가 발표된 2월 27일부터 정규리그 개막까지 야구계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일단 현장은 자체 청백전 기간 동안 내부 인원의 기량을 더 세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1군 선수뿐 아니라 2군 선수도 확인했다. 올 시즌은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까지 소화해야 한다. 백업층 확보는 필수다. 길어진 준비 기간 덕분에 해외 전지훈련에서는 추진하지 못했던 변화를 준 팀도 있다. KT 간판타자 강백호의 1루수 전향이 대표적이다.
각 구단은 바이러스라는 변수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추가할 수 있었다. 관중 감소가 전망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는 움직임도 기민해졌다. 무관중 정국에서 야구팬의 관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KBO는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경기의 질을 염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했다.
해외 언론의 시선이 모인 점도 호재다. 연일 KBO 리그 구단과 선수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개막 하루 전인 4일에는 미국 스포츠 매체 ESPN, 일본 SPOZONE과의 중계권 계약이 발표됐다. 리그와 선수의 경쟁력을 알릴 기회다. 리그 개막이 가능했던 한국의 시민정신도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