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개막 특집 인터뷰]'울산 레전드' 김현석 VS '전북 레전드' 최진철…"나의 팀이 우승한다"
등록2020.05.08 06:01
드디어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이 개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한 방역 모범국가 한국에서 개막하는 축구리그.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서 주시하고 있다. K리그1의 수많은 이슈 중 단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은 두 팀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준우승 팀' 울산 현대. 지난 시즌 역대급 우승레이스를 펼친 두 팀이다.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 팀이 결정됐을 만큼 치열했다.
올 시즌도 그 흐름이 이어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인 영입에 성공하며 다른 팀들과 차원이 다른, K리그1 최강의 스쿼드를 꾸렸다. 전북은 2020년에도 1위 수성을 자신하며 K리그 역사상 첫 4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울산은 지난 시즌의 한을 풀고, 2005년 우승 이후 15년 만에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2020시즌 핵심 키워드는 다시 한 번 '현대가(家)' 전쟁이다. 2019시즌보다 더욱 치열하고 뜨거운 우승 경쟁이 이제 곧 시작된다. 전북과 수원 삼성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다음 날 울산이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상주 상무와 일전을 펼친다.
K리그1 개막을 앞두고 일간스포츠는 울산, 전북 두 클럽의 '레전드'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 명은 '가물치'라는 별명으로 울산의 황금기를 열였던 간판 공격수 김현석. 다른 한 명은 '전북의 방패'라 불리며 전북의 상징이 된 간판 수비수 최진철이다.
두 선수 모두 '원 클럽 맨'으로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로 꼽히고 있다. 김현석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울산에서 371경기 110골54도움을 기록했다. 1996년 울산을 사상 첫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고, 1997년에는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울산을 넘어 K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최진철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전북에서만 뛰며 312경기 출전, 28골11도움을 올렸다. 전북의 FA컵 3회 우승의 중심이었으며, 2006년 전북의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주역이었다. 최진철 역시 전북을 넘어 한국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두 전설은 인터뷰 내내 '나의 팀'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그리고 2020시즌 우승 팀은 '나의 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전설적 공격수와 수비수 다웠다. 김현석은 울산의 강점을 앞세워 매섭게 공격했고, 최진철은 전북의 강점을 방패삼아 철통수비를 펼쳤다. 한 자리가 아니라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두 전설의 메시지를 한 곳에 모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김현석은 울산대 감독, 최진철은 중국 U-25 대표팀 코치)
김현석(이하 김) :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는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주부터 훈련을 조금씩 시작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대학 축구 스케줄이 나오지 않았다.
최진철(이하 최) : 작년 초에 중국으로 가서 대표팀 2군 선수들 훈련을 시켰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서 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보고 어떻게 진행되는 지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원 클럽 맨' 자부심에 대하여.(두 선수 모두 한 팀에서 12시즌, 300경기 이상 출전)
김 : 항상 울산은 나의 팀이라 생각을 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울산은 내 팀이다. 요즘 보면 한 클럽에서 선수 생활을 해서 끝마치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이적이라는 게 활성화가 된 시대다. 그래서 '원 클럽 맨' 되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다. 이런 걸 보면 자부심도 생긴다. 어떤 면에서 '원 클럽 맨'을 꿈꾸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 클럽 맨'으로 남은 것에 만족한다.
최 : 개인적으로 전북은 정말 많은 애정이 가는 팀이다. 내가 선수생활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래서 전북은 항상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팀이다. 자부심, 물론 있다. 당시 내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한 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면 그 팀에서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에서, 다른 지역에서 다른 경험을 느껴보지 못한 것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쉬움 보다는 '원 클럽 맨'의 자부심이 더욱 크다.
-'나의 팀'에게 우승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면.
김 : 선수로 1996년 울산의 첫 우승을 경험했고, 코치로 2005년 두 번째 우승을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울산에 몸담고 있을 때 우승 2번 했다. 축구라는 종목이 전력이 좋다고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26년 축구인으로서 경험한 것을 비춰보면 멤버도 좋아하고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 같다. 하하. 작년에도 울산이 95% 우승했다고 본다. 하지만 5%의 우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좋은 멤버와 함께 승운도 따라줘야 하고, 홈 팬들의 응원과 지지, 그런 기가 다 모아져야 점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올해 그렇게 될 수 있다. 울산이 우승할 수 있다. 울산이 우승하기를 원한다. 나의 마음도 항상 울산의 우승을 응원하고, 몸도 항상 운동장에 가서 울산을 응원한다.
최 : 전북이라는 팀은 워낙 좋은 팀이다. 선수 각자가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올해도 우승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팀이다. 선수 개인 능력을 100% 발휘한다면 어떤 팀도 넘보지 못하는 팀이 될 것이다. 항상 전북이라는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가능할 것이다. 전북의 이런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부럽다. 내가 선수생활할 때 전북은 우승권에 있지 않았다. 선수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나의 팀'이 우승한다.
김 : 올해만큼은 울산이 우승을 해야 한다. 그동안 울산은 준우승 경험을 많이 했다. 이 경험 또한 우승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준우승 말고 우승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내가 울산의 연습경기를 봤는데 스쿼드도 너무 좋고, 경기력도 너무 좋다. 우승팀 전력, 경기력이었다. 실전에서 이 모습을 어떻게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으로 봐서는 우승할 수 있는 경기력이다. 올 시즌 울산이 1강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이 우승을 해야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가, 울산이 다 잘하는 것 처럼 보인다. 하하.
최 : 일단 선수 개인의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다. 하지만 축구라는 게 개인 능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북은 이 부분도 채울 수 있는 팀이다. 전북의 경우 모자라는 부분들을 선수들끼리 서로 많이 채워주고 있다. 조직력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정상으로 갈 수 있는 팀이다. 아시아에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나의 팀'에 기대되는 선수 1명.
김 : 울산에 여러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역시나 이청용이다. 유능한 선수를 울산이 영입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선수를 영입했으니, 이청용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이청용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다. 올 시즌 울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많은 역할을 해낼 것이다.
최 : 개인적으로 (이)동국이를 잘 알고 있다. 동국이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올해도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줄 것이다. 다치지 않고 이렇게 오래할 수 있는 것, 후배지만 대단하다. 나도 선수생활을 37세까지 했다. 지금 보면 그 이상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 체력적으로 준비됐고, 체력 이외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팀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건, 단순히 경기장에서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런 선수의 존재는 중요하다.
-'나의 팀' 라이벌을 어떻게 보고있나.
김 : 전북이 올해 팀을 어떻게 정비하고 스타트 할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간절함과 동기부여에서 울산보다 약할 거라고 본다. 우승을 계속하다보면 타성에 젖을 수 있다. 보강 선수를 봐도 전북보다 울산이 훨씬 낫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울산을 1강으로 보고있다.
최 : 울산에 대해 파악을 잘 하지 못했다. 하하. 작년 두 팀 덕분에 매우 재미가 있었다. 이 라이벌 관계가 안갯속에서 끝까지 재미있었다. 울산도 어느 정도 뒷심을 발휘한다고 하면, 이청용도 왔고,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리그가 축소된 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두 팀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올해 역시 두 팀의 라이벌 구도가 좋은 장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