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의 비어(Vir) 사와 4400억원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확정의향서를 체결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0년도 채 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이 꼽힌다. 여기에 2011년 출범과 동시에 수장을 맡은 김태한 대표이사의 남다른 수완과 역량이 더해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삼성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7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 생산 능력
삼성바이오는 공격적인 투자와 건축공정 혁신 등으로 단기간 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가 됐다. ‘드림 프랜트’로 불리는 1~3공장에서 모두 36만2000리터에 이르는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배 규모인 제3공장은 18만 리터의 생산이 가능한 세계 최대의 규모의 단일 바이오의약품 공장이다.
특히 제3공장이 2018년 가동되기 시작, 삼성바이오는 7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생산 능력을 키운 셈이다.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으로 알려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30만 리터와 스위스 론자의 28만 리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게다가 3공장 맞은편에 18만 리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제4공장의 부지도 확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시설 디자인 최적화와 건축공정 혁신을 통해 건설 기간을 40% 단축해 29개월 만에 설계부터 건설·승인까지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원래 48개월이 걸려야 하는 공정을 19개월이나 단축한 덕분에 빠르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공장이 2015년 11월에 가동 25개월 만에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해 이 부문의 세계 최단기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는 소량에서 대량 공급까지 가능한 대규모 배양기와 잠재적 고객 요구에 대응 가능한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세공정의 차별화와 시스템화로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한 대표는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쌓은 제조역량을 바이오의약품 공정에 접목했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삼성그룹의 핵심가치 아래, 공장 설계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최고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규모의 '드림 플랜트'에서 대량 생산된 양질의 바이오의약품을 환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기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매출 2조원, 세계 1위 헬스케어 도전
삼성바이오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가치가 높다. 코스피 시총 규모를 보면 미래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6일 기준으로 38조450억원에 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규모 3위에 올라있다.
출범에서부터 회사의 경영을 도맡은 김 대표는 위탁생산 물량을 지속해서 확보하며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위탁생산은 물론이고 위탁개발(CDO)과 위탁연구(CRO) 등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2020년 1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제 10년 이상의 바이오업계 장수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대표는 1957년생으로 이미 60세가 넘은 나이지만, 삼성바이오의 경영 설계 공로를 인정받아 여전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19년 제품 기준으로 35개의 위탁생산, 42건의 위탁개발, 10건의 위탁연구를 수주했다. 또 47건의 글로벌 제조승인을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됐다”고 자평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삼성바이오는 올해 초에도 신규 위탁생산 계약을 이어가며 순항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30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2030년 세계 1위 헬스케어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잠재적인 고객 관리를 위해 2017년 위탁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탁개발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글로벌 거점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의 다른 지역 및 유럽 등지에 추가로 진출하는 것을 계속 검토 중”이라며 “올해 60개 이상의 위탁개발 프로젝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공장 기공식 당시에 “제3공장만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매출 2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바이오는 2019년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서며 성장세여서 수주를 통한 물량 확보로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올해 삼성바이오의 3공장 가동률이 24%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경영권 승계까지 얽힌 분식회계…법적 리스크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분식회계 논란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도 연결되고 있어 검찰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검찰 조사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에 분식회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해 구속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검찰이 삼성 합병 의혹을 둘러싼 사건 처리를 앞두고 김 대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지난 4월 김 대표는 검찰에 재소환됐고,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들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늘린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해 성사된 모회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리스크는 해외 수주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주요 고객사인 선진국의 바이오기업들은 윤리 문제에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