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K리그1 우승 팀인 전북과 FA컵 우승팀 수원이 맞붙는 2020 K리그1 공식 개막전이 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전북선수들이 수원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있다.전주=정시종 기자
"그동안 무관중 경기는 폭력적이거나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친 팬들에 대한 징계였다. 그러나 이제 무관중 경기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팬들이 경기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K리그에서 보여준 몇 가지 혁신은 이 어려운 상황을 좀 더 견딜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는 9일(한국시간) "K리그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무관중으로 어떻게 경기해야 할 지 보여주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판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국에 개막한 한국프로축구 K리그의 의미를 다뤘다.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27경기로 축소된 일정을 시작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그리고 9일 개막한 K리그2(2부리그)가 치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빗줄기가 굵어지던 8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선 2개월 가까이 미뤄진 K리그1 공식 개막전이 불러오는 열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기자석을 채웠고, 구단 직원들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관중석에 카드 섹션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팬이 없는 축구'의 썰렁함을 다 지워내진 못했다. 선수들은 번호가 쓰인 개인 물병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졌고, 기다렸던 골이 나온 뒤에도 서로 끌어안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의 친밀한 스킨십과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감사의 뜻을 담은 '덕분에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축구가 멈춘 세상에서 드디어 개막한 프로축구를 보기 위해 유튜브와 트위터 등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이 경기를 지켜본 전세계 축구팬들은 푸른 그라운드와 그 위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감동하고, 동시에 텅 빈 경기장과 마스크를 낀 채 대기하는 벤치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코로나19 시대의 축구'라는 점을 실감했다.
포브스는 "코로나19는 이전의 무관중 경기와 비교해 다소 독특한 상황을 만들었다. 첫째로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방역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하고, 둘째로 경기장 폐쇄가 징계가 아닌 만큼 구단은 빈 경기장에서 가능한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은 독일이나 영국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적지만 경기장을 방역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또한 포브스는 K리그가 방역을 위해 마련한 수칙을 꼼꼼히 소개하며 "이러한 엄격한 조치는 일부 사람들이 규칙을 따르지 않을 때에도 확산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주 동안 하루 50여 명 이하의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에서 무관중 경기를 개최하는 것과 코로나19가 의료 시스템을 압도하고 있는 국가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라고 설명해 한국의 철저한 방역이 프로축구 재개를 가능하게 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TV를 통해 중계된 K리그 경기를 보면서 국내외 시청자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꼽은 것 중 하나는 텅 빈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응원가였다. 앞서 대전하나시티즌이 연습경기 때 팬들의 응원 소리를 녹음해 앰프로 송출,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한 방법이 K리그 공식 경기에서도 등장했다. 전북은 '오오렐레'를 비롯해 서포터들의 응원 소리를 경기 중간중간 송출했고 인천은 아예 야유 소리까지 녹음해 경기장에 내보냈다. 울산 역시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잘 가세요' 응원가를 녹음해 경기 마지막에 틀어 4-0 승리를 자축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경기장에서 들리는 군중의 소리는 TV를 볼 때도 시청자의 관심을 유지하고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 팬이 없으면 이런 분위기도 없다"며 "K리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녹음된 응원가가 경기장으로 퍼져나가고, 가끔은 덜 가짜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팀은 원정팀이 코너킥을 얻었을 때 팬들의 야유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이 완벽하게 '코로나19 이전의 축구'와 같은 분위기를 재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경기를 치러낸 K리그의 여러 시도들이 축구가 재개되길 바라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 "아직은 따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도 올바른 계획에 따라 제대로 준비한다면, 언젠가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동아시아의 한 나라가 전해줬다"는 영국 더 선의 평가처럼, K리그가 세계에 보여준 것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