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은 12일 잠실에서 열린 SK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팀의 9-5 승리를 이끌었다.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QS)는 놓쳤지만, 점수 차가 벌어져 2승 달성에는 지장이 없었다. 선발 투수로는 유일하게 두 차례 모두 승리를 올린 그는 12일 현재 다승과 탈삼진(15개)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75다.
차우찬은 1-0으로 앞선 2회 선두타자 제이미 로맥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한동민에게 던진 138㎞ 직구를 얻어맞아 역전 2점 홈런을 뺏겼다. 타선의 활약으로 4-2로 리드를 잡은 4회에는 한동민에게 1타점 희생 플라이를 허용했다. 6회 한 점을 더 뺏겼지만 8-4로 팀이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인지 직구 최고 구속이 143㎞에 그쳤으나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활용해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6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LG 선발진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차우찬이다. '원투 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국에 다녀온 뒤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치면서 예상만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류중일 감독의 애를 태웠다. 개인 통산 네 번째 개막전에 등판한 그는 지난 5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LG가 두산을 상대로 어린이날 맞대결 6연패, 개막전 맞대결 8연패를 탈출하도록 한 선봉장이었다.
LG는 시즌 초반 선발진이 불안하다. 지난 주말 NC전에 나란히 처음 등판한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는 각각 4⅓이닝 7실점, 2이닝 6실점(5자책)으로 흔들렸다. 선발 투수로 보직 전환한 송은범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임찬규와 정찬헌은 믿음을 주기에 아직 부족하다. 12일까지 차우찬의 등판(2경기)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서 LG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4.21이었다. 차우찬 외에 5이닝을 던진 선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윌슨과 켈리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차우찬마저 흔들렸다면, LG는 험난한 출발을 할 뻔했다. 그가 두 차례 모두 6이닝을 버텨준 덕에 다시 5할 승률(3승 3패)을 맞출 수 있었다. 차우찬은 개막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겼고, 올 시즌 팀의 첫 연승을 이끌었다.
LG는 확실한 4~5선발이 없어 불안함을 안고 있지만, 토종 에이스 차우찬은 건재하다. LG 이적 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평균 170이닝 이상을 던져 쓸쓸히 국내 선발진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올해 초반 역시 꾸준한 모습이다. "늘 하던 대로가 아닌 나 자신의 벽을 깨고 싶다"고 한 차우찬의 출발은 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