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법정 출석이 중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 재벌가의 이혼소송은 양측 대리인만 출석해 재판이 진행되는 게 관례다. 아무래도 당사자끼리 만나면 껄끄럽고,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건이라 취재진이 몰리기 때문에 피하는 경향이 짙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의 이혼소송에서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가사소송법상 이혼소송은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오는 26일 2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부다.
법조계 등에선 “최태원 회장이 소송에 출석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인 것 같다. 1차 재판기일에도 출석하려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대리인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재판에 굳이 출석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최 회장 대리인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회장님이 최대한 출석해 직접 소명할 부분은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최 회장은 대리인에 일임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재판부에 자신의 입장을 직접 소명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로진의 길기범 변호사는 “이혼소송에서 당사자의 출석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인 요소는 아니다”며 “최태원 회장의 경우 재판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통 법정 대리인이 변론을 펼치지만, 재판장의 성향이나 재량에 따라서 출석 당사자에게 직접 소명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최 회장이 출석하면 재판부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가능성이 크다.
노 관장의 경우 1차 변론기일에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당시 노 관장이 ‘혼외자도 받아들이겠다. 가정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상대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도 재판부에 ‘작심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취재진에게 직접 입장을 밝힌다면 그에 대한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최태원 회장이 상대가 불을 지핀 여론전에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18년 최 회장이 제기한 이혼소송은 4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노 관장이 반소를 제기하면서 합의부로 이관돼 다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단독 재판부가 진행한 4차 변론 기간에서도 출석률이 높았다. 최 회장은 4차 변론에 출석했고, 노 관장은 2·3차 변론에 출석해 직접 소명했다. 또 2018년 1월 2차 조정기일에는 나란히 출석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부의 본안 소송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법정 대면을 하게 될지가 관심사다.
합의부의 지난 1차 변론기일은 10분 만에 종료됐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한 만큼 재판부는 양측에 재산명시 명령을 내렸다. 양측으로부터 재산목록을 받아 재산분할과 관련된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길 변호사는 “재벌가의 경우 차명 재산과 부동산 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양측의 서류가 오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 관장 측은 귀책 사유가 최 회장에 있다는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외도에 관한 자세한 내막' 서류도 건넸을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중 42.29%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주가로 따지면 ‘1조원대 소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