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초반 투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키움 요키시(왼쪽)와 페르난데스(두산). IS 포토 실력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프로 세계. 연봉은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다. 보통 연봉과 팀 내 비중이 비례한다. 하지만 이 기준이 통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 바로 에릭 요키시(31·키움)와 호세 페르난데스(32·두산)이다. 두 선수가 시즌 초반 눈에 띄는 '가성비'로 팀을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
요키시와 페르난데스는 공통점이 꽤 있다. 올해가 KBO 리그 두 번째 시즌이다. 지난해 소속팀이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재계약하면서 많은 연봉을 보장받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KBO 발표에 따르면 요키시의 2020시즌 연봉은 55만 달러(6억7000만원) 페르난데스가 40만 달러(4억9000만원)다. 함께 재계약한 드류 루친스키(NC·100만 달러) 워윅 서폴드 (한화·90만 달러)보다 낮다. 새롭게 영입된 애런 알테어(NC·80만 달러) 타일러 살라디노(삼성·70만 달러)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꽤 있다.
2019시즌 개인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요키시는 13승 9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무려 181⅓이닝(리그 7위)을 소화했다.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와 함께 께 키움 선발진을 이끈 주역이었다. 페르난데스는 197안타를 때려내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180개)가 세운 역대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웠다. 2017년 김재환이 세운 팀 기록 185개까지 가뿐히 뛰어넘었다.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화려하게 첫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낮은 연봉을 제시받고 잡음 없이 사인했다.
2020시즌 페이스가 가파르다. 요키시는 시즌 첫 2번의 등판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2(11이닝 1자책점)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안정감을 유지 중이다. 9이닝당 볼넷이 0.82개. 삼진/볼넷 비율도 11.00으로 최고 수준이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까지 0.82로 낮다. 투수 세부지표가 모두 A급이다. 12일 열린 고척 삼성전에선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비자책) 쾌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페르난데스는 연일 무력시위 중이다. 첫 7경기 타율이 0.517(29타수 15안타)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할대다. 출전한 7경기에서 모두 출루했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667(6타수 4안타)이다. 시종일관 타석에서 공격적이다. 볼넷 3개를 골라내는 동안 당한 삼진이 3개. 콘택트 능력도 수준급이다. 장타율(0.759)과 출루율(0.563)을 합한 OPS가 1.322로 압도적이다. 김재환과 함께 두산 타선의 중심이다.
키움과 두산은 올해 초반 순위 싸움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원동력 중 하나가 '가성비'를 자랑하는 요키시와 페르난데스의 활약이다. 실력은 연봉 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