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을 뒤덮었고, 그 중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대구다. 대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상처가 깊었다. 여기에 대구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대구 연고의 사람들을 무조건 꺼리는 '대구 기피증'도 생겼다. 다른 지역의 차가운 시선이 대구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프로축구 K리그 구단 대구 FC의 상처도 그만큼 컸다. 대구 역시 코로나19와 싸워야 했고, 부정적 시선과 싸워야 했다. 대구라는 이유로 K리그 전체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의식도 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구는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 먼저 K리그1(1부리그) 1라운드 연기 요청을 했다. 당초 2월 29일 대구는 홈 구장인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강원 FC와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축구연맹은 이를 받아들여 2월 21일 대구의 개막전 연기를 결정했다. 이를 위한 K리그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참석하지 못했다. 긴급 이사회에도 조 대표는 자리를 하지 못했다.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구의 수장으로 왜 참석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조 대표는 대구에서 올라온 자신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괜한 오해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고, 결국 K리그 전체가 무기한 연기됐다.
대구 구단의 리그 준비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수단은 클럽하우스 밖으로 절대 나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연습경기를 꺼리는 분위기로 인해 제대로 된 연습경기 한 번 치르지 못했다. 사실상 고립된 상황에서 대구는 2020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이후 대구도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쳤다. 그러자 K리그 개막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고, 지난 4월 24일 K리그는 이사회를 열고 5월 8일 개막을 확정지었다. 경기 일정과 대진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대구는 개막전 원정 경기에 배정되는 것을 제외하고 그 어떤 배려도 받지 못했다. 대구 스스로 홈에서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반영된 현상이다. 대구가 특별지역으로 배려를 받을 필요도 없었고, 또 대구로 인해 다른 팀들이 피해보는 것도 싫었다.
대구는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9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16일. 올 시즌 첫 홈 경기를 치렀다. 장소는 '대팍(DGB대구은행파크)',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대팍'은 지난 시즌 K리그의 얼굴이었다. K리그에 새로운 문화를 심은 뜨거운 장소다. 지난해 개장한 대팍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K리그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평균 1만734명을 기록하며 FC 서울, 전북 현대에 이은 흥행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전년대비 무려 305.1% 상승했다. 성적도 구단 역대 최고인 5위를 기록했다. 2020시즌 가장 기대받는 구단과 구장은 그래서 대구와 대팍이었다.
무관중 경기. 평균 1만 관중은 없었지만 대구 팬들의 마음은 함께 했다. 대팍에는 대구 팬들이 직접 소원, 응원 메시지 등을 쓴 깃발 1만개가 관중석을 아름답게 채웠다. 경기가 없는 날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꽂은 것이기에 더 큰 의미를 담았다. 이런 진심을 받은 대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고, 치열함 끝에 포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조 대표는 리그 개막 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힘을 내야지. 힘을 내서 이겨내야지. 대구 시민, 대구 선수, 대구 직원 모두 힘을 함쳐, 똘똘 뭉쳐서 극복해 내겠다. 선수들과 직원들에게도 이렇게 항상 말하고 있다. 대구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
조 대표의 바람대로 됐다. 대구의 홈 경기 개최는 곧 대구라는 도시가 상처를 딛고 일어났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다.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순간이다. 이제 대구도 다른 도시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2020시즌 초반부터 대구는 다시 한 번 K리그에 깊은 울림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