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타선 여섯 경기에서 타율 0.462(26타수 12안타)·10타점·OPS(출루율+장타율) 1.346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타점 1위, 최다 안타2위, OPS 3위에 올랐다. 13일 사직 롯데전 9회초에는 9-9 동점을 만드는 솔로 홈런을 쳤다.
위닝시리즈가 갈리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2연속 결승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14일 롯데전에서는 5회초 2사 2루에서 박세웅을 상대로 적시타를 쳤다. 17일 KIA전에서도 선취점을 내는 타점을 올렸다.
오재일은 슬로우스타터다. 2017시즌부터 개막 5~6주까지는 항상 부진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오명을 떨치고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행운을 잡았다. 그는 "롯데와의 3연전 2차전까지는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면서 심적 부담을 덜었고 점차 타격 밸런스도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세 시즌 동안 부진했던 초반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준수한 숫자(타율)가 나오다 보니 이내 제 페이스를 찾은 것.
두 번째 이유는 자극 효과다. 현재 두산 타선의 타격감이 매우 좋다. 특히 3번 타자로 나서는 그의 앞 타순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와 뒷 타순인 타자 김재환(32)이 뜨겁다.
페르난데스는 지난주까지 타율 0.479를 기록했다. 리그 1위다. 11경기 가운데 8번이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김재환은 개막 첫 여덟 경기에서 14타점을 기록했다. 10일 잠실 KT전부터 세 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주춤했지만, 위압감은 여전했다.
오재일은 "김재환이 뒤에서 너무 잘 치다 보니까 상대 투수들이 나와 정면 승부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앞에 나서는 호세도 너무 잘 친다. 자극도 되고 '같이 잘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석마다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재감이 큰 타자는 자신의 앞, 뒤 타자의 승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른바 우산 효과다. 2번 타자인 페르난데스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오재일은 지난주에는 김재환보다 더 뜨거운 타자였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장타력이 있고 타격감까지 좋은 오재일 앞에 주자를 두지 않고 싶다. 피해 가는 투구를 하기 어렵다. 페르난데스가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세 타자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한 선수는 맹타를 친다. 동반 부진한 경기가 드물다. 잘 치는 동료 사이에 낀 오재일이 '나만 못 칠 수는 없다'는 각오를 가질만하다. 4번 타자 김재환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번 타자로 나서는 최주환도 지난주에 다섯 경기 연속 장타를 때려내며 좋은 감각을 보이고 있다.
중심 타선이 무게감을 유지하고 있는 두산은 개막 11경기에서 팀 타율 0.337를 기록했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6.24)은 최하위. 화력으로 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