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초반 화두는 타고투저다. 공인구 반발력의 상향 조정이 의심될 만큼 장타가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타자들의 적응력 향상을 꼽는다. 지도자, 선수 모두 "타격 지향점이나 스윙 의도가 달라진 타자가 많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시즌 초반부터 불거진 심판진의 볼 판정 논란으로 인해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불펜이 흔들리고 있는 팀이 많다. 우승 후보 두산조차 1인 마무리투수 체제를 접었다. KT 마무리투수 이대은은 등판한 일곱 경기 가운데 다섯 번이나 실점했다. 지난 시즌에 팀당 11경기를 치른 시점에 리그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4.38이다. 올 시즌은 5.44다.
NC 마무리투수 원종현은 추세에 휩싸이지 않았다. 19일 두산전까지 일곱 경기에 나서 6⅓이닝을 소화하며 1점만 내줬다. 세이브는 5개를 챙겼다. 이 시점까지 1위. 같은 기간에 4세이브를 기록하며 실점도 없는 조상우(키움)와 함께 불펜투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NC는 19일 두산전에서 5-4로 승리했다. 7연승을 거뒀다. 개막 12경기에서 11승. 원종현은 이 경기 수훈 선수다. 두산이 1점 차로 추격한 8회말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김재호를 상대로 삼진을 솎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앞선 안타 2개가 있던 김재호지만 무브먼트가 좋은 속구에 배트를 헛돌렸다.
원종현은 "포수 양의지의 리드가 좋았다. 요즘 몸쪽 투심 패스트볼이 잘 들어가고 있었다. 슬라이더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고, 투심을 자신 있게 넣은 게 통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후배들도 다 잘 해주고 있어서 나도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며 힘을 낸 배경을 전했다.
셋업맨이던 그는 2019시즌부터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31세이브를 기록하며 NC의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3.90)이 다소 높았고 블론세이브(9개)도 많았다. 보직 적응은 진행형이었다.
올 시즌 다르다. 그는 "2019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서는 마무리투수가 될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맞춰서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며 달라진 준비 과정을 전했다. 두산전도 "이닝 중간에 등판했지만, 이겨야 할 경기였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연투하고 휴식이 부족하면 피로하다. 이틀은 쉬어야 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 경기 가장 박빙 상황에 나설 수 있다는 클로저의 숙명을 받아들였다. 블론세이브를 해도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을 것. NC의 순항에는 든든한 마무리투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