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정신과 의사 김윤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무생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세완 기자 park.sewan@jtbc.co.kr / 2020.05.18/ 배우 이무생(40)이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과 함께 시청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전작의 폭력 남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희애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남 면모를 발산하며 격정적인 드라마 속 쉬어가는 타이밍을 마련했다. 묵묵하지만 곁에서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존재, 김윤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6일 종영된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극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수도권 기준 시청률 31%(닐슨 코리아)를 돌파하며 신드롬 열풍을 입증했다. 극 중 이무생은 가정사랑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윤기로 분해 마지막까지 애틋한 순애보를 그리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윤기는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의 편도 없었던 김희애(지선우) 앞에 어느 날 갑자기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난 지원군이자 동료, 상담사로서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게 해 줬다. 이 과정에서 이무생의 부드럽고 스위트한 매력이 여심을 자극했고 이 덕에 '이무생로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종영 소감은.
"드라마가 사고 없이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드롬 열풍을 이제야 좀 실감하고 있다. 얼떨떨하다. 많은 분이 봐준 것 같다. 그저 감사하다."
-'이무생로랑'이란 별명이 생겼다.
"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이런 센스 넘치는 이름을 만들었을까 싶었다. 처음 만들어준 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름이랑 잘 연결되는 느낌이 있어 더욱 감사하다. '산소호흡기'란 애칭도 있었는데 '부부의 세계' 속 센 맛도 있지만 내가 나오면 쉬어갈 타이밍 같은 느낌이 있어 그런 애칭이 붙었다더라."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보니 감독님의 생각과 작가님이 써주신 글 안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직업상 신경 정신과 의사니까 그 부분에 대한 서칭도 하고 지인을 통해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얘기도 들으며 준비했다."
-9회 엔딩이 정말 쇼킹했다.
"그때 정체가 애매모호하게 그려져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대본이 주는 힘인 것 같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 속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킨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누구든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악역으로 오해를 받았는데 극이 짜임새 있게 진행이 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배우로서는 뿌듯한 지점이다."
-'밀회'에 이어 6년 만에 김희애와 재회했다.
"예전부터 팬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됐다. 설렘을 컸다. 현장에 가니 김희애 선배님은 이미 지선우가 되어 있었다. 김희애 선배님만 믿고 갔다. 사실 '밀회' 때는 내가 형사 역으로 한 신만 나왔다. 잠깐 나왔었는데 상대역으로 만나게 되니 또 다른 새로움을 느꼈다."
-지선우를 왜 좋아했을까.
"대본을 보면서 첫눈에 그냥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지선우는 매력이 넘친다. 그래서 그 매력에 반해 첫눈에 반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개인적으로 희망적이라 좋았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시청자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봤을 때 준영이가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린 결말로 끝나 시청자들의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원작은 안 보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보지는 않았다. 원작에선 결말이 다른 결로 갔다고 하더라."
-김윤기는 이후 어떻게 됐을까.
"나름 한 여자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지선우와의 관계가 아예 끝나거나 그런 건 아니고 현재 진행형으로 가지 않나. 그런 부분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나 싶다. 누굴 만나든 윤기는 이성적으로 잘 대처할 것이다."
-'부부의 세계'가 던진 메시지에 공감했나.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건 기혼자든 미혼자든 드라마가 던진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부를 통해 그려지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과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런 지점에서 바라봤다. 또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지향점과도 맞닿아있는 것 같다."
-박해준(이태오)은 이번 작품으로 '국민 욕받이'가 됐다.
"박해준 선배님은 그런 역('국민 욕받이')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너무 좋았다. 덕분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태오와는 정말 다르다. '여러 색을 가진 배우'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김윤기와의 싱크로율은.
"김윤기만큼 이성적이기 위해 노력하고 뚝심 있게 하려고 하지만 2%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점은 세상을 희망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순간순간 감정적일 수도 있는데 결국엔 이성을 찾고 끝까지 김희애를 곁에서 지켜본 김윤기에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신스틸러였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정말 감사하다. 그만큼 대본이 각각의 캐릭터 색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감독님도 캐릭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겨줬다. 모두가 각자의 몫을 하고 있고 그래서 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다."
-김윤기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바다에 몸을 던진 지선우를 구하는 장면이다. 그 지점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기도 했고 보면서 함께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모완일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나.
"전체를 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조언해줄 수 있었다. 김윤기로서 준비한 것과 전체를 접목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도와줬다. 그런 지점에 탁월한 분이었다."
-'부부의 세계'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양파 같다. 그만큼 많은 느낌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는데, 나중엔 껍질 하나 벗긴 것처럼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SNS를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회사 공식 계정으로 하나 만들었다. 이제부터 SNS에 달린 반응들을 보려고 한다. SNS 매력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천천히 빠져보려고 한다."
-역할에 따라 확확 느낌이 달라진다.
"역할에 따라 다른 재미가 있다. 이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성공 여부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지,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바라본다. 캐릭터를 보면서 삶과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끌리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작품만 보면서 달려왔기 때문에 푹 쉬고 싶다. 잠을 많이 자고 싶다. 그러고 나서 정신이 좀 돌아오면 또 무엇을 할지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운동하고 책도 읽으면서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