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이 영입한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 살라디노는 러프의 빈자리를 채울 1루수 자원이 아닌 내야 유틸리티 선수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역으로 어떤 포지션에서도 확실한 강점이 없다. 삼성 제공 '멀티 외인' 타일러 살라디노(31)는 삼성에 어울리는 선수일까.
지난해 겨울 삼성은 결단을 내렸다. 2017시즌부터 3년을 함께 한 다린 러프(34.현 샌프란시스코)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러프는 이 기간 연평균 29홈런, 117타점을 기록한 '효자 용병'이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준수했다. 러프가 뛰는 동안 삼성이 1루수 고민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의 존재감 덕분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안정적이었다.
러프의 빈자리를 채울 방법은 간단했다. 전문 1루수가 없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러프와 비슷한 선수를 데려오면 됐다. 가장 확실하고 빠른 전력 보강책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선택은 달랐다. 내야 유틸리티 살라디노를 영입했다.
살라디노는 내야와 외야를 모두 맡을 수 있지만, 경력이 집중된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 3루수다. 마이너리그에선 유격수(4053이닝)와 2루수(751이닝) 메이저리그에선 2루수(594⅓이닝)와 3루수(787⅓이닝)로 많은 경기를 출전했다. 팀에 필요한 1루수는 아니었다.
삼성은 내야 뎁스가 KBO 리그에서 가장 좋은 구단 중 하나다. 1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내야 포지션에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포진돼 있다. 하지만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살라디노를 영입하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해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원석, 이학주, 김상수, 이성규. 삼성 제공 공교롭게도 삼성은 3루수 이원석, 유격수 이학주, 2루수 김상수라는 확실한 주전 카드를 보유했다. 백업으로 최영진·박계범·이성규·김재현·김호재·김지찬 등 자원이 꽤 많다. 오는 8월에는 강한울까지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해 복귀한다. 살라디노 영입은 중복 포지션 문제로 연결됐다.
허삼영 감독은 멀티 포지션 운영을 구상했다. 선수마다 2개 이상의 포지션을 맡겨 공백 발생 시 돌아가면서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이다. 탄력적인 선수단 운영이 가능하지만, 관건은 안정성이다.
개막전 1루수를 맡긴 이성규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다. 이성규가 옆구리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3루수 이원석이 1루수로 투입됐다. 이원석이 빠진 3루수에는 유격수와 2루수 자원인 박계범이 들어갔다. 외국인 타자를 1루수로 영입했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지만, 전문 1루수가 없으니 포지션이 돌고 돈다. 경기마다 라인업이 계속 바뀌니 '잦은 수비 이동이 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격수, 3루수, 좌익수로 뛰는 살라디노의 시즌 첫 11경기 타율은 0.133(30타수 4안타). 팀 타격도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삼성은 겨우내 1루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선 왼손 투수 2명(노성호·봉민호)만 영입하고 창구를 닫았다. 방출 시장에서도 큰 움직임이 없었다. SK에서 방출돼 한화로 이적한 최승준의 경우 1루 수비가 가능한 거포라는 점에서 삼성에 필요할 수 있는 자원이었지만 복지부동이었다.
이번 겨울 KBO 리그 구단과 계약이 점쳐졌던 다니엘 팔카. 1루수와 우익수가 가능하다는 걸 고려하면 삼성에 적합한 자원 중 하나였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도 구미를 당길만한 자원이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게 다니엘 팔카다. 201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28홈런(마이너리그 통산 136홈런)을 때려낸 팔카는 1루수와 우익수가 주 포지션이다. 러프의 대안으로 손색없었다.
특히 팔카의 소속팀 화이트삭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 KBO 리그에 선수를 보내 이적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구단 중 하나다. 201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앤서니 레나도도 화이트삭스가 세일즈를 시도한 케이스였다. 시장에 나온 팔카를 두고 몇몇 외국인 스카우트는 '삼성으로 가지 않겠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관심이 쏠린 삼성의 선택은 살라디노였다. 2017시즌 초반 2군에 다녀온 뒤 반등한 러프처럼 살라디노도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복잡하게 꼬인 수비 포지션이다. 스텝이 엉켰다.